지역신문 노트북 등 장비 '열악'
회사 지원 미흡…연 3~5대 교체 그쳐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 지원도 드물어
#1. 지역신문 3년차인 A기자는 출입처에서 노트북을 꺼내놓기 민망하다. 퇴사한 선배가 물려준 5년 전 모델로 거의 데스크톱 수준의 크기다. 경쟁사 B기자가 자비로 구입했다는 초경량 노트북을 볼 때마다 ‘나도 바꿔야 하나’ 고민을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2. 게다가 최근에는 방송사 기자들에게 지급된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온다. 기사 검색도 하고 취재일정 메모도 하고 편리해 보인다. 하지만 회사가 사줄 리는 없고 박봉에 통신비를 감당하기도 만만치 않다. 아이패드가 출시됐다는데 언감생심,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상당수 지역신문 기자들이 노트북 교체가 제때 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뉴미디어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지원은 드물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트북의 수명은 3년. 하지만 상당수의 지역신문들은 지역신문발전기금 등에 의존, 연간 3~5대의 노트북을 교체해주고 있을 뿐 일괄교체 등을 하는 데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의 한 기자는 “지발위 지원의 일환으로 노트북 몇 대가 내려오면 노후된 기종을 교체해 준다”며 “그러나 지원을 받고부터는 오히려 회사 지원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의 한 기자는 “일부 컴퓨터는 문제가 없고 일부는 문제가 있다”며 “부팅하는 데 오래 걸리고 기사 전송 중에 과열로 다운되는 등 어려움이 적잖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사정을 뻔히 아는 터라 노트북 교체를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회사 노트북 노후화로 취재하는 데 불편해 울며 겨자 먹기로 노트북을 자비로 구매해 쓰는 기자들도 있다.
전남지역의 한 기자는 “회사가 바꿔준 건 10년 전이 마지막이었다”며 “불편이 커 개인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기자가 많다”고 말했다.
충청지역의 한 기자는 “지원이 안돼 회사에 데스크톱을 놓고 쓰는 사람도 있다”며 “지역언론 사정이 어려운 걸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역신문들은 노트북 환경 개선을 위해 전산팀 등을 활용해 하드 교체를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놓고 있기도 하다.
또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꾸준히 받고 있는 신문사들은 해마다 지원받는 노트북으로 노후 기종을 순차적으로 교체해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노트북 일괄교체에 나서는 언론사는 드물다. 취재장비와 관련해 기자들의 요구사항 및 애로사항을 파악,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도 찾기 힘들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뉴미디어를 지원하는 언론사도 거의 없었다.
제주일보 등 소수 지역신문들만이 회사가 수요를 파악해 노트북을 전량 교체해주는 등 타언론사와 대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취재장비 지원금액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장비 지원예산은 5억원가량인 반면 사업 지원기금 등은 1백50억원에 달한다. 현실적으로 경영사정이 어려운 지역신문사가 장비 교체를 해주기 어렵다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북 지역의 한 기자는 “노트북 몇 대를 지원받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장비 지원 예산을 늘려 노트북 일괄 교체 및 뉴미디어 지원 확대를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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