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TV 뉴스…화두는 '심층화'

6~7분 리포트 등장·전담 취재인력 배치
전달방식 첨단화…볼거리만 치중 비판도


   
 
  ▲ TV 뉴스가 심층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방송3사가 심층 보도를 하고 있는 장면을 TV에서 캡처한 화면이다.  
 
웅장한 타이틀 음악과 함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방송사 간판 뉴스 프로그램이 변화하고 있다. 앉아 있던 앵커가 서서 진행하고, 마이크 뒤에 있던 취재기자가 뉴스 스튜디오에 출연한다. 방송장비가 첨단을 달리면서 대형 화면에 실감 나는 컴퓨터그래픽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뉴스의 변화는 달라진 시청자의 욕구를 반영한다. 무뚝뚝한 진행, 정치·사회·경제 등 무거운 주제 위주의 뉴스에 염증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호응해 문화·레저·트렌드 등 다양한 영역의 주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특히 속보 영역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잠식당한 방송 뉴스는 심층 보도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KBS는 지난 5월부터 ‘뉴스9’에 ‘이슈 앤 뉴스’ 코너를 만들었다. 사회적 관심사인 굵직한 이슈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문제점을 진단해 그 대안을 제시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해 7개월째 순항 중이다. 리포트 1건당 1분20초 안팎이었던 뉴스를 6~7분으로 늘려 문제의 핵심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앵커와 기자가 대형 화면 앞에서 대담식으로 풀어가는 진행방식도 눈에 띈다.

최근에 다룬 이슈로는 ‘개발 vs 보존…국립공원 케이블카 찬반 팽팽’, ‘의료비 지출 눈덩이…위기의 건강보험’, ‘한 직장 다른 처우…사내 하청 해법은’, ‘북 우라늄 시설 공개’ 등이 있다. 아이템은 매주 수요일 각 부서 데스크들이 참석하는 심층회의서 결정하고 취재영역이 중첩될 경우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취재한다.

강정기 KBS 뉴스기획팀장은 “그동안 방송 뉴스가 특정 사안을 피상적으로 전달해 심층적 분석과 진단에 아쉬움이 있었다는 지적을 수용해 KBS가 ‘심층화’와 ‘쌍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했다”며 “초기 뉴스 시청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 아이템을 다루면서 반응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MBC는 시간대를 오후 8시로 옮긴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심층화를 구현하고 있다. 뉴스에 뉴스를 더한다는 의미의 ‘뉴스플러스’를 신설해 현장감을 살리면서 심층 보도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기자 10명을 주말 뉴스에 전담 배치해 심층 취재를 맡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달 20일 뉴스플러스는 대만 태권도 선수의 실격 논란이 반한 감정으로 확대된 이유를 짚은 보도를 3꼭지(‘들끓는 대만, 반한 감정 위험수위…왜’ ‘발뒤꿈치 센서, 왜 규정 위반인가’ ‘대만 태권도 소녀 실격 논란, 왜 한국에 불똥’)로 나눠 연속 보도했다. 21일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등장한 ‘디가우저’ 장비를 스튜디오에 직접 가져와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자료를 파기한 과정을 재연하면서 총리실 공직윤리관실 직원들의 불법 사찰 증거 인멸 시도를 지적했다.

윤용철 MBC 주말뉴스부장은 “스트레이트 뉴스가 부족한 주말의 경우 심층 뉴스 비중이 높고 시청자들도 깊이 있는 보도를 원한다”면서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아이템 소재에 따라 3~4분짜리 한 롤로 가거나 기자를 직접 출연시켜 설명하는 포맷을 두루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는 심층 보도를 위한 고정 코너가 따로 없다.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한 이슈는 심층적으로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매직글래스’라는 대형 화면 앞에 앵커가 서서 내용을 설명한 뒤 2~3개 리포트를 연달아 내보내는 것이 특징이다. 1분20초 리포트를 2~3분으로 늘렸고, 기자가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주말 뉴스의 경우 상당수 아이템이 2분30초 내지 3분짜리다. 특정 이슈를 시각을 갖고 집중적으로 보도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각 부서에서 에이스급 기자 10명을 뽑아 주말뉴스팀을 구성했다.

백수현 SBS 뉴스편집1부장은 “과거 방송 뉴스가 빠른 뉴스를 지향했다면 지금은 속보성을 견지하면서 심층적으로 접근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이미 나온 뉴스라고 해도 대립각을 갖고 분석하고 전망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형식을 자유롭게 하면서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각 방송사들의 이런 시도가 형식만 심층이고 내용적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첨단 방송장비로 화려한 볼거리는 늘었지만 심층·고발 보도가 빈약하다는 지적이다. KBS 한 기자는 “정형화된 뉴스를 탈피하자는 데 공감하지만 형식만 바뀌어서는 안된다”며 “심층 뉴스에 맞는 고발 아이템이 많이 나와야 하고 취재인력도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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