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주부 사연이 계기"

'여자의 속마음' 발간한 서울신문 오풍연 부국장


   
 
  ▲ 서울신문 오풍연 부국장  
 
“암 투병 중인 여성 독자에게서 온 메일이 남자인 제가 ‘여자의 속마음’을 출간할 용기를 갖게 된 이유입니다.”

‘영국신사’라는 별명이 있는 서울신문 오풍연 부국장(대기자·50)이 얼마 전 ‘여자의 속마음(오래)’이란 책을 냈다. 지난해 9월 ‘남자의 속마음(21세기북스)’을 낸 뒤 1년여 만의 일이다.

애초부터 그는 ‘여자의 속마음’이라는 책을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자의 속마음’을 낸 뒤 주변 지인들로부터 “여자의 속마음은 언제 낼 거냐”는 질문을 받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내고 싶었지만 뜨거운 연애를 해본 적도, 딸자식도 없는데 어찌 여자의 속마음을 알겠나’라고 생각하며 미뤄왔다.

그러던 중 한 통의 메일이 그의 마음을 바꾸게 만들었다. ‘alfomom’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50대 평범한 가정주부인 여성독자가 ‘남자의 속마음’을 읽고 그의 블로그까지 찾아와 글을 남기고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그는 말기 암 환자였다. 오 기자는 “한 통 두 통 그와 메일을 나누면서 현주소를 알게 되었고 그를 통해 여자의 속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녀와 몇 차례 장문의 메일을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기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던 여성독자의 감상평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녀가 자신의 가족들에게조차 하지 못한 심경을 털어놓으면서 절절한 울림이 전해졌다.

“남편을 잃은 말기 암환자였지만 그녀의 글은 정갈했고 정확했어요. 아이들을 위해 반찬을 고민하는 것 등 소소한 일상에서 여자들의 고민과 갈등을 엿볼 수 있었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에 저도 감동을 받았죠.”

결국 오 기자는 그녀의 이야기와 자신의 에세이를 한 데 엮어 ‘여자의 속마음’이라는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여자의 속마음’은 ‘제1장-아름다운세상’ ‘제2장-살아가는 이유’ ‘제3장-사랑하는 사람들과’ 등 이 여성 독자의 글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실었다. 그 뒤로 오 기자의 에세이 1백76편이 이어진다. 오 기자는 “독자와의 교감이라는 차원을 넘어 제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자의 속마음’과 ‘남자의 속마음’ 외에도 그는 올해 ‘삶이 행복한 이유(현진사)’라는 책도 펴냈다. 1년 사이 무려 3권의 에세이집을 낸 것이다. 매일 새벽 3시 기상해 1백8배를 한 뒤 새벽 4~6시 사이 1~2편의 단편 에세이를 블로그에 남기는 부지런함이 책 3권을 내게 만든 원동력이다. 글쓰기에 대한 애정은 그의 명함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책을 내면서 ‘작가 오풍연’을 명함에 새겨 넣었다.

이들 에세이집에는 기자생활 25년, 법조 대기자까지 거친, 취재원에게 “밥을 사는” 기자인 오 기자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을 예찬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그의 혜안도 읽을거리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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