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 꼬리 자르기 삼성·MBC 합작품

[컴퓨터를 켜며] 김성후 기자


   
 
  ▲ 김성후 기자  
 
MBC 기자 출신인 삼성경제연구소 오 아무개 전 부장이 빼낸 MBC 내부 정보가 삼성그룹 임원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그룹 커뮤니케이션팀 한 임원은 지속적으로 정보를 보고받았다는 게 삼성의 자체 조사 결과다.

MBC 내부 정보가 삼성의 윗선에 전달됐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삼성측은 그동안 “오 부장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회사에 보고한 일은 없다”며 윗선 연루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조사 결과만 놓고 봐도 MBC 내부 정보는 삼성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됐다. 오 부장이 MBC 뉴스시스템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정보를 전달받았고, 이를 삼성 임직원과 외부의 지인에게 단체 메일로 재전송한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 측은 오 부장이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 10건 중 9.9건이 열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임원들이 대부분 스팸메일로 인식해 열어보지 않았고 내용 또한 증권가 정보지 수준의 하급정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삼성은 오 부장이 빼돌린 내부 정보를 그룹 홍보활동이나 MBC를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데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오 부장에게서 다수의 이메일을 받은 커뮤니케이션팀 임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것은 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MBC 정보 유출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회사 차원의 개입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의 주장대로 오 부장이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MBC 내부를 일상적으로 일거수일투족 훔쳐봤을까.

2007년 삼성그룹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언론기관들이 실시간 삼성에 정보보고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의 정보수집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보에 대한 삼성의 끊임없는 갈증이 오 부장에게 ‘훔쳐보기’라는 탐욕을 강제했다고 할 수 있다.

자사의 심장부가 유린된 MBC는 사내 정보를 유출한 뉴스시스템 관리담당자를 해고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종결지었다. 사건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기자의 확인요청에도 “모른다”며 회피했다. 4개월간 진행했던 특별감사 결과도 발표하지 않았다.

진실을 옹호하고 전파하는 게 주임무인 언론기관인 MBC가 여러 의혹을 해소하는 데 미온적이었다. MBC와 삼성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MBC는 자사 정보를 훔쳐 본 삼성이 어디까지 연루됐는지 밝히지 않았다. 언론에 의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삼성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삼성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오자 뒤늦게 삼성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사건의 실체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유야무야 끝난 데 MBC가 적극 방조한 격이 됐다.

과거 MBC는 대다수 언론이 삼성에 대해 침묵할 때 ‘불패신화 무노조 삼성(2003년 4월)’ ‘삼성공화국, 언론은 침묵하나?(2007년 2월)’ 등을 통해 삼성의 치부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MBC가 시청자에게 사랑받았던 자산이었다. MBC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임을 자임한다면 그 누구한테도 성역이 없어야 한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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