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사면초가'

시민사회·보수언론, 일제히 반대 목소리
KBS, 공정성 강화 약속하며 대국민 설득


   
 
  ▲ 5백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KBS수신료인상저지범국민행동’은 22일 KBS 본관 앞에서 KBS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 의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 나팔수’로 전락한 KBS를 위해 단 한 푼의 수신료도 인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2일 오전 10시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5층 국제회의실에 김인규 KBS 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말 취임한 김 사장이 기자들 앞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기자 출신임에도 언론과 접촉을 꺼렸던 김 사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수신료 인상에 ‘다걸기’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자리에서 김 사장은 “확실한 공영방송으로 보답하겠다”며 수신료 인상 당위성을 강조했다.

KBS이사회가 19일 현행 월 2천5백원인 수신료를 3천5백원으로 올리기로 의결함에 따라 KBS 수신료는 인상의 첫 발을 뗐다. 그러나 순탄하지만은 않다. 사방에서 각기 다른 이유로 인상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방송법에 따르면 수신료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최종 확정된다.

KBS는 당초 수신료를 6천4백원이나 4천6백원으로 인상해 광고 완전 폐지 또는 20% 축소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광고 비중을 낮춘다는 것은 명분일 뿐 KBS 2TV광고를 시장에 풀어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투자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종편 퍼주기 수신료 인상’ 프레임은 지난 6월 KBS이사회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이 5개월간 표류한 주된 이유였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급격한 인상은 종편 지원 의혹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국민적 저항만 가져올 뿐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적은 액수나마 1천원을 인상하고 다음에 수신료 결정을 위한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개편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KBS 수신료 인상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에는 4천원 인상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안건 제출 두 달 만인 그해 11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은 문광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됐으나 만성 적자와 방만 경영 등의 이유로 의결이 미뤄지다 다음해 5월 말 17대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2010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명박 정부 들어 KBS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만큼 이를 바로잡는 일이 먼저라며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종편채널을 준비하고 있는 동아·조선·중앙일보는 “공익성과 상업성을 넘나들며 손쉽게 국민의 주머니를 털고 제 잇속만 챙기겠다는 뜻 아닌가(중앙일보 22일자 사설)”라며 광고 축소 없는 수신료 인상 시도를 비난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광고는 그대로 둔 채 수신료만 인상하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아 국민들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연합뉴스 22일 보도)”이라고 말했다.

3년 전의 악몽이 어슬렁거리고 있는 셈이다. 당시 특임본부장으로 수신료 인상을 총괄했던 진홍순 KBS이사는 “여야 합의로 인상안을 의결했고 물가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으며 수신료 문제가 여론화됐다는 점에서 2007년과 다른 환경이 조성됐다”며 “하지만 정치권이 의결하지 않으면 한 푼도 올릴 수 없는 현행 제도에서 3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정치상황을 보면 인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에 KBS는 공적책무 강화 방안으로 대국민 설득작업에 나섰다. KBS는 22일 수신료 인상에 따라 늘어나는 연평균 수입 2천92억원을 디지털전환, 지역방송 강화, EBS 지원 3→5% 확대 등에 투자하고 현 인력 5천2백명을 2014년까지 4천2백명으로 줄이며 사업경비를 매년 10% 이상 절감하는 자구노력 방안을 밝혔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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