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신뢰도·영향력 1위' 띄우기 왜?
수신료 인상 여론 군불 때고, 김인규 사장 특보 경력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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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가 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한 ‘KBS9’ 방송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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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KBS 사장은 요즘 지인을 만나면 양복 안쪽 호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다. 거기에는 KBS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0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국내 매체 중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사장은 그 조사를 근거로 KBS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 위상을 재확인했다며 자랑한다고 한다.
‘영향력·신뢰도 1위=KBS’ 띄우기는 김 사장만이 아니다. KBS는 지난 9일 ‘뉴스9’를 통해 ‘급변하는 매체 환경…KBS 영향력·신뢰도 1위’, ‘미디어 빅뱅시대 속 ‘공영방송 중요성’ 부각’ 기사 2꼭지를 내보내며 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주요 결과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또 11일 나온 ‘KBS 사보’도 한국광고주협회의 ‘2010 미디어리서치’ 결과와 함께 언론진흥재단의 조사를 대서특필했다. KBS는 광고주협회 조사에서 영향력(53.9%), 신뢰도(33.3%), 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 영향력(52.4%), 신뢰도(44.2%) 1위를 차지했다. KBS 사보는 “양대 기관의 조사 결과를 계기로 지난 1년여 동안 외부에서 꾸준히 제기해 온 KBS에 대한 신뢰도 추락 주장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KBS의 이런 전방위 홍보 배경에는 광범위하게 제기됐던 신뢰도 추락 논란을 불식시키고, 수신료 국면에서 인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언론특보 출신 사장으로 공영방송 훼손 논란의 정점에 있던 김인규 사장이 자신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KBS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것과 대조적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KBS가 공정하지 못하고 양심에 따라 방송을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신뢰도가 높다는 외부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성원 KBS 노동조합 공정방송실장도 “내부 구성원들이 신뢰도·영향력 1위 결과를 만족하는지 되물어야 한다”며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사 결과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BS가 언론진흥재단의 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과대포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KBS가 잘해서 신뢰도가 오르기보다는 MBC의 큰 폭 하락으로 인한 반대급부로 상승했다”며 “KBS가 공영방송 역할을 충실히 해서 신뢰도가 올라갔다고 홍보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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