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보 유출' 유야무야 끝나나

MBC 감사결과 핵심 빠지고 삼성 "조사중" 시간벌기

사내 취재정보가 삼성에 유출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였던 MBC가 정보를 유출한 직원을 해고하면서 조사를 끝냈지만 정보 유출 경위, 삼성과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룹에 대한 잘못된 의혹과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자체 조사를 약속했던 삼성 또한 “조사 중”이라는 말뿐이다. 진상이 가려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MBC는 15일 보도자료를 내어 “뉴스시스템 관리 담당자가 사내 뉴스시스템에 게재된 정보를 빼내 MBC에서 퇴사한 삼성경제연구소 오 아무개 부장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MBC는 “삼성도 사건의 진상을 가감 없이 밝혀 관련자를 문책해야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MBC는 구체적으로 무슨 정보가 어떤 경위로, 얼마나 빠져나갔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또 삼성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면서도 삼성이 연루된 부분은 두루뭉술 넘어갔다. 직원 한 명을 해고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재철 MBC 사장은 지난 3일 회사 특보를 통해 “정보 유출은 용서받을 수 없는 도덕적 해이이자 중대한 해사 행위”라고 밝히면서도 삼성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삼성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조사한 게 있으면 가감 없이 다 밝히고 특히 MBC 정보를 훔쳐 본 삼성이 어디까지 연루됐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밝히지 않고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삼성에 맡기는 것은 삼성에게 축소·은폐하라고 MBC가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 감사보고서를 입수한 ‘일요서울’에 따르면 삼성경제연구소 오 부장은 MBC 내부 정보를 훔치는 데 활용한 MBC 이메일을 통해 삼성 간부 이 아무개 씨에게 올해 두 차례 이메일을 보냈다. 오 부장이 MBC 이메일을 통해 내부 정보를 전파했다는 점에서 이 간부에게 내부 정보가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해당 삼성 간부는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오 부장한테 이메일을 받은 적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MBC와 관계가 없는 사적인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동안 “오 부장이 MBC에서 캐냈다는 정보를 상부에 보고한 적이 없다”며 개인적인 일임을 강조해왔다. 자체 조사와 관련해 삼성측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로선 이렇다 저렇다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진실을 밝히는 언론기관인 MBC가 많은 궁금증을 남기고 사건을 미봉으로 끝낸 것은 저널리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삼성도 엄정한 조사를 통해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재발방지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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