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미상 측근 간접 인터뷰
이틀 연속 톱기삿거리 되나

KBS '김정남 천안함 항의' 단독보도 논란


   
 
  ▲ KBS ‘뉴스9’이 지난달 14일과 15일에 보도한 김정남 관련 방송화면.  
 
지난달 14일과 15일 KBS ‘뉴스9’는 이틀 연속 첫 기사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과 후계자 김정은 관련 뉴스를 단독 보도했다.

장남 김정남이 지난 8월 말 중국을 방문했던 김정일을 현지에서 만나 ‘왜 김정은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키도록 묵인했느냐’며 항의했고, 김정은이 세습을 앞두고 업적을 쌓으려 화폐개혁을 기획했지만 실패했다는 보도였다.

이 기사의 출처는 중국 정부에서 일하는 김정남 측근의 말이었다. 박영환 ‘뉴스9’ 앵커는 14일 두 번째 보도 ‘김정은-김정남, 왕자의 난 조짐’에서 “KBS와 인터뷰를 가진 중국 내 김정남 측근은…”이라며 KBS의 단독 인터뷰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이 신원미상의 김정남 측근은 KBS 기자가 아닌 납북자 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와 인터뷰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대표는 9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내가 인터뷰했고 KBS 기자는 배석해 녹취했다”고 말했다.

김정남의 중국인 측근은 최 대표의 중국 내 정보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신뢰할 만한 인물이다. (내가 아는) 김정남 측근은 북한에도 있다”고 말했다. 

KBS는 최 대표를 통해 간접 인터뷰한 김정남의 중국 내 측근의 입에 전적으로 의존해 14~15일 양일 간 ‘김정남 김정일 방중 때 만나 천안함 항의’ ‘김정은-김정남, 왕자의 난 조짐’ ‘김정은 북 화폐개혁 실패 후유증 컸다’ ‘김정남 “나의 길을 가겠다” 의도적 공개 행보’ 등 네 꼭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김정남 측근이라고 한 사람의 신원도 불분명하고 직접 인터뷰도 하지 않은 내용을 이틀 연속 머리기사로 내보낼 수 있을까. 정보를 제공한 최성용 대표조차 “기사가 그렇게 크게 나올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KBS 보도는 파격이었다.

KBS 한 기자는 “소스를 확실하게 밝히고 보도할 수 없을 정도의 취재내용이 과대 편집돼서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방송사 한 중견기자는 “당시 보도가 나왔을 때 대부분 받지 않았다. 이 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KBS 게시판에도 ‘소설 같다’며 비아냥거리는 글들이 여럿 올라왔다.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기자가 배석한 상태에서 인터뷰를 땄고, 인터뷰 내용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 보도했다”며 “‘KBS와 인터뷰를 가진 중국 내 김정남 측근…’이라는 앵커 코멘트는 박영환 앵커가 기자가 측근을 직접 인터뷰한 것으로 오해해서 나온 실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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