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표 전 KBS 사장(현 관광공사 사장)이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KBS 지회가 당시 보도에 대한 편파여부를 조사하는 등 후속 대응에 나섰다.



KBS 지회(지회장 박선규)는 21일 운영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지회는 홍 사장이 최순영 신동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96년 12월 전후 사회부, 경제부, 보도제작국 등 뉴스와 고발물 담당부서에서 부당한 간섭이나 기사 누락이 없었는지 당시 기사일지와 취재기자들을 조사하기로 했다. 박선규 지회장은 '홍 사장 구속 이후 당시 KBS가 신동아나 대한생명에 편파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철저히 조사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0일 홍 사장은 KBS 사장 시절 최순영 신동아 그룹 회장을 만나 1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격구속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에 따르면 홍 사장은 96년 12월 63빌딩 양식당에서 최 회장을 만나 "KBS 퇴직보험을 대한생명에 더 많이 유치하도록 도와주고 신동아 계열사에 대한 보도도 잘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세탁된 100만원권 수표 헌 100장을 받았다. 최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홍 사장이 KBS사장에 연임하는 등 당시 문민정부의 실세였던 데다 홍 사장 취임 이후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3개 보험사에 고루 예치돼 있던 임직원 퇴직보험이 삼성생명에 많이 몰려 홍 사장에게 한 번 만나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사장이 최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했지만 대가성은 부인했다고 밝혔다. 서울 지방법원 홍석범 영장전담 판사는 '홍 사장이 비록 대가성에 대해 애매하게 진술하고 있지만 반드시 청탁의 내용이 특정되어야만 대가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수뢰 액수가 크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구속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은 언론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홍두표 사장은 93년부터 98년 3월까지 KBS 재직하는 동안 불공정방송과 리베이트 수수설 등으로 끊임없는 구설수에 올랐었다. 96년 2월 26일자 KBS 노보는 ▷삼성으로부터 대통령 초대행사의 협찬금을 받거나 뉴스에 홍보기사를 내주는 등 삼성과 밀착사례들을 폭로하고 ▷한해 100억원에서 1000억원대의 여유자금 예치에 대한 리베이트머니가 93년 이래 한번도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았다며공식리베이트머니의행방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홍 사장은 또 96년 이사회의 사장선출 논의가 있기도 전에 뉴스에서 연임 내정 보도가 나가 [노골적인 청와대 낙하산]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홍 사장은 61년 공보부 방송요원 겸 KBS 개국요원으로 언론계에 입성해 TBC, 중앙일보, 방송광고공사, 담배인삼공사, 관광공사 사장 등 19년 동안 언론사와 국영기업체 사장을 역임했다.



한편 KBS의 퇴직보험 상황을 보면 대한생명은 95년 492억원, 96년 420억원으로 삼성생명의 430억원, 370억원보다 월등히 많은 금액을 유치해오다가 97년 들어서부터 대한생명이 97년 280억원, 98년 10억원, 삼성생명이 290억원, 10억원을 유치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96년 말 홍 사장이 KBS 퇴직보험을 삼성생명으로 몰아주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정보가 나돌자 최 회장이 홍 사장을 만나 뇌물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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