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 부장만 알았을까?"

'MBC 정보 유출' 커지는 의혹들
삼성이메일 흐름 진상 규명 열쇠

삼성은 MBC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조직적인 개입이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의혹은 꼬리를 물고 있다.

이인용 부사장은 지난 3일 유감의 뜻을 나타내면서 “이번 일은 회사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삼성에 대한 잘못된 의혹과 시선을 바로잡기 위해 현재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인 개입을 했다면 IP가 추적될 만큼 허술하게 정보 수집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MBC 정보가 기업 경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점, 오 부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직원으로 그룹 홍보 업무와 무관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큐시트는 확인해봤어?”

하지만 오 부장이 취득한 MBC 정보를 혼자만 활용하고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난 7월 초 MBC가 삼성SDS 노조 설립을 기사화할 때 삼성 이 아무개 상무가 MBC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큐시트는 확인해봤어”라고 언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해당 기자는 기자협회보와 인터뷰에서 “일선 기자들도 보지 못하도록 차단돼 있는 큐시트를 언급하자 깜짝 놀랐다”며 “‘이 사람은 취재하는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부장이 취득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면 '큐시트 언급'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때까지도 오 부장은 사내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었다. MBC는 7월 중순쯤 감사에 착수하면서 오 부장의 접근을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 아이디로 MBC 사내망 접근

오 부장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2개월간 MBC 기자만 접근이 가능한 뉴스시스템에 상시적으로 접속했다. MBC 감사 결과, 오 부장은 다운된 뉴스시스템을 복구할 때 관리자들이 쓰는 임시 아이디로 접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퇴직 후 1년간 사내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가 살아있어 동료들의 근황이 궁금할 때 몇 번 접속했다”는 오 부장의 해명은 거짓인 셈이다.

MBC 정보시스템부 한 관계자는 “뉴스시스템 아이디는 퇴직과 동시에 지워진다”며 “본인 아이디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로그인 기록을 역추적 해 삼성에서 접속했을 때 썼던 아이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전산망 총책임자인 문 아무개 차장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외부로 유출시켰다. MBC 기자가 취재한 정보는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증권가 정보지에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 부장은 퇴직 후에도 보유한 MBC 이메일 ‘[email protected]’에 들어와 문 차장이 전해준 정보를 확인한 다음 자신의 삼성 이메일 ‘[email protected]’로 전달했다. 그 메일이 삼성 내부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그가 사내 메일을 통해 취득한 MBC 내부 취재 정보(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후임 인선에 대한 하마평)가 돌고 돌아 증권가 정보지에 등장한 것은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이다.

MBC 정보 돌고 돌아 정보지에

삼성이 오 부장의 삼성 이메일을 추적한다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오 부장이 상부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는 삼성의 의지로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삼성이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원장은 4일 “재벌 기업이 이번 사건을 개인 차원의 일로 치부하는 ‘도마뱀 꼬리자르기’ 식의 행태를 중단하고 즉각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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