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G20 비판'은 금기?

'미디어비평' 아이템 제작 무산…담당 국장이 거부

KBS의 언론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비평’이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 대한 언론의 과잉 보도를 분석한 기사를 기획했으나 담당 국장이 제작을 무산시켜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4일 KBS 기자들에 따르면 미디어비평팀은 5일 저녁 방영을 목표로 ‘G20 보도, 꿈보다 해몽’이라는 가제로 G20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다룬 꼭지를 준비했다.

지상파방송 3사와 주요 일간지의 보도량을 분석해 G20 경제 효과 부풀리기, G20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된 환율문제를 보는 시각차, 치안 및 경비 문제에 대한 과잉 보도 등을 다룰 예정이었다.

담당 데스크와 팀장도 시의적절한 내용이라고 봤던 이 아이템은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의 반대에 부닥쳤다.

이화섭 국장은 “G20주관방송사인 KBS가 G20에 매진하고 있는 시점에 부정적인 보도가 나가는 적절치 않다. G20에 매달려 있는 사원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제작 불가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비평팀이 여러 차례 제작을 건의했으나 이 국장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G20 언론보도 아이템은 지난 1일 최종적으로 빠졌다.

이에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들은 반발했다.

KBS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들은 3일 긴급 총회를 열어 “미디어비평이 다루려고 했던 G20 아이템은 시의적절하고 정당하다”며 “시사제작국장이 거부한 것은 제작 자율성에 대한 심대한 훼손”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기자들은 9일 제작거부도 찬반투표를 예고했다.

KBS기자협회(회장 유원중)는 4일 보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또 8일 긴급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은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을 담은 동영상을 입수한 ‘추적60분’ 제작진의 취재를 막아 제작진의 반발을 샀다. 또 지난 5월에는 박재완 대통령실 국정기획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 의혹에 대한 ‘뉴스9’ 보도를 삭제시켜 기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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