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사장이 밝힌 KBS 보도본부 사조직 '수요회'는…

2008년 3월 첫 모임 "김인규 사장 옹립" 논의



   
 
  ▲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수요회’ 관련 기고문.  
 
참여 멤버 상당수 요직에…당사자들 “실체 없어”


“김인규 사장 옹립 세력이었던 ‘수요회’는 여전하다. 실체가 사라졌을 수도 있지만 보도본부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하는 것을 보면 강력한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수요회 멤버들이 보도본부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특파원, 연수, 앵커 등 각종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KBS 차장급인 한 기자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한 인터넷 언론에 보도본부 내 사조직 ‘수요회’의 핵심 멤버를 실명으로 공개한 직후 기자가 수요회의 실체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지난달 15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KBS의 ‘하나회’인 ‘수요회’를 아시나요’와 28일 ‘“X만한 새끼!” KBS 기자는 왜 욕설을 날렸나’에서 “KBS 내부에서 김인규 씨를 사장으로 옹립하려는 세력이 있었다”며 핵심 멤버로 이정봉 보도본부장, 임창건 보도국장, 고대영 해설위원장, 백운기 비서실장, 정지환 정치외교부장, 장한식 뉴스제작1부장, 박인섭 광주총국장, 김동주 제주총국장, 전종철 기자 등을 실명으로 밝혔다.

정 전 사장이 군사독재시절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에 비유한 수요회는 2008년 봄부터 실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한나라당과 KBS 노조 등에서 정연주 사장에게 사퇴압박을 넣던 시기였다. KBS 노조는 ‘정연주가 죽어야 KBS가 산다’는 성명을 내며 정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정연주 사장이 사퇴 0순위”라고 발언했다.

수요회는 KBS 안팎의 정 사장 퇴진 분위기와 맞물려 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KBS 기자들에 따르면 2008년 3월쯤 기자 10여 명이 처음 만나 “정연주는 안 된다. KBS의 미래를 위해선 차기 사장에 김인규 선배가 와야 한다”는 취지의 말들이 오갔다. 이들은 세를 규합한 뒤 다시 모이기로 했고, 2차 모임엔 30여 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매주 수요일에 만나서 ‘수요회’라고 붙은 이 모임이 세를 불려나가자 보도본부 게시판엔 공방이 벌어졌다.

정 전 사장에게서 수요회 핵심 멤버라고 지명된 인물들은 수요회라는 모임 자체가 없었다며 부인했다. 또 자신들이 실체가 없는 조직의 핵심으로 거론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대영 해설위원장은 “나는 알지도 못하고 (정 전 사장이 말한 부분)에 대해 언급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김인규 옹립 세력이 보도본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조직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기자는 “당시 수요회를 함께했던 사람들끼리 음으로 양으로 끌어주고 있다는 것은 보도본부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공적 영역인 보도본부에 사적인 ‘끼리끼리’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충성하면 보은인사를 통해 달래고, 반발하면 보복인사를 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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