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 14개월간 MBC 정보 빼내
외부서 뉴스시스템 접속, 사내 메일로 정보도 받아
노조 "삼성이 진상 밝혀야"…삼성 "개인적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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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출신 삼성 직원이 2009년 5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2개월간 접속한 것으로 알려진 MBC 뉴스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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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국 뉴스시스템에 오른 내부 취재 정보가 MBC 사내 메일을 통해 삼성 직원에게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삼성 직원은 2009년 5월부터 2010년 7월까지 MBC 기자만 접근이 가능한 뉴스시스템에 접속해온 것으로 알려져 이 기간 MBC 보도국 정보가 삼성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MBC는 뉴스시스템을 관리한 담당사원이 이 삼성 직원에게 정보를 전달한 것을 확인하고 대기발령했다. 또 삼성 직원이 뉴스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으로 보고 감사를 벌이고 있다. 삼성 직원은 MBC 보도국 기자 출신으로 2007년 6월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한 오 아무개 커뮤니케이션팀장이다.
MBC 이진숙 홍보국장은 1일 “지난 7월 시작한 특별 감사에서 뉴스시스템에 오른 정보 일부가 빠져나간 것을 확인해 보도시스템 관리 총책임자인 윤 아무개 차장을 대기발령했다”며 “윤 차장이 정보 유출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어떤 정보가 어디로 얼마나 나갔는지 등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MBC 측은 감사 결과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조사중이라며 함구했다. 그러나 기자협회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윤 차장은 오 팀장이 보유한 MBC 사내 메일 ‘
[email protected]’을 통해 취재시스템에 오른 내부 정보를 오 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보는 지난 7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후임으로 홍상표 YTN 경영담당 상무이사와 MBC 기자 출신인 김석진 OBS 보도본부장이 물망에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윤 차장이 문제의 MBC 이메일에 정보를 올리자 오 팀장이 접속해 이를 확인했고, 이 정보는 삼성의 사내 메일계정 ‘
[email protected]’으로 전달됐다. 삼성으로 전달된 이 메일은 원본메시지의 발신인이 ‘
[email protected]’라고 적힌 채 증권가 정보지에 등장했고, MBC 한 기자가 이를 입수한 후 보도국장에게 전달해 보도국장이 감사실에 특감을 의뢰했다.
감사실은 퇴사한 삼성 오 팀장이 MBC 사내 메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시스템 총책임자인 윤 차장을 추궁해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실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일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메일이 대부분 삭제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메일을 통한 정보 유출과 함께 뉴스시스템의 아이디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1일 낸 성명에서 “IP 주소가 삼성으로 돼 있는 외부인이 보도국 뉴스시스템에 접속해 당일 방송될 뉴스 내용과 편집 순서를 담은 큐시트 등 보도국 내부 정보를 훔쳐 본 정황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삼성 오 팀장이 뉴스시스템 관리자 윤 차장의 아이디를 통해 2009년 5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 2개월간 뉴스시스템에 접속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아이디는 일반 기자가 볼 수 있는 정도의 권한을 가진 아이디이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오 팀장을 통해 MBC 내부 정보가 삼성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내 정보 유출에 따라 MBC 보도국은 충격에 빠졌다. 한 기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고, 또 다른 기자는 “오래전부터 보도국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말들이 있었다”며 “차제에 진상을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장급 한 기자는 “내부 정보가 삼성에 유출된 것이 사실이라면 삼성 손바닥 안에서 MBC가 놀아난 꼴”이라며 “삼성을 고소해서라도 사실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일부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로 회사에서 따로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오 팀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 팀장은 한 언론에 “퇴사한 이후 1년 동안 MBC 내부 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가 차단되지 않아 동료들의 근황이 궁금할 때 몇 번 접속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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