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나는 지방언론 1 / 프롤로그

'IMF 첫해 넘긴 것 자체가 기적'

극심한 경영난·구조조정 이중삼중 고통...

'절반의 한국언론' 이대로 주저앉아선 안돼





지방신문들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신문사는 IMF체제로 경영난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면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기자들은 사람도 줄고 임금도 준 상태에서 초인적인 노동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방신문의 현황과 문제점,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시리즈를 마련해 10개 시도협회를 중심으로 장기간 연재한다. 편집자



"각 지방 언론들로부터 상당한 폐해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 폐해 사례가 우리에게 많이 접수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언론에 간섭할 생각은 없으나 불건전하고 불법적으로 언론사를 운영하거나 기자들에게 월급도 안주는 불미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철저히 추궁할 것이다" "경제규모에 맞지 않게 난립돼 있다. 언론사들이 자율적으로 통합하는 구조조정을 한다면 국민이 환영하고 정부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방침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나온 박지원 공보수석의 지방언론 관련 발언들이다. 공공적 성격이 강하지만 사기업임에 분명한 언론사를 놓고 정부에서 통합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서상 어색하다. 그러나 그만큼 사정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97년 말 IMF 한파가 국내경제를 휘어잡으면서 언론산업과 그 종사자들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규모가 작은 대부분의 지방 신문사들은 "98년 한해를 넘긴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언론학자들은 '지방언론의 위기는 IMF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IMF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극명하게 표출되는 계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언론학)는 '신문은 공익적 기능과 상업적 기능을 겸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지방신문은 둘 중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독자인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상품으로서의 기능은 도외시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하는 강요된 독자와 광고로 유지해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2월 1일을 기준으로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일간신문은 총 381종. 이중 경제지, 스포츠지 등 특수신문과 기타 간행물을 제외한 일반 일간신문은 81종. 서울지역 19개, 지방 62개로 서울을 제외하면 광주(10개), 경기(8개), 대구(6개), 충북(5개), 전북(5개)의 순으로 많다. IMF이후많은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았지만 경영난으로 간판을 내린 언론사는 부산매일과 경남매일 두 곳 정도다.



부산매일은 대우그룹이 폐간을 요구하자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노조측과 청산을 요구하는 사원들간의 갈등이 이어지다 지난 4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경남매일은 모기업의 부도로 폐간했지만 옛 사원들을 주축으로 도민주를 모집 경남도민일보를 재창간했다.



지방 신문사들의 대주주는 건설, 유통업체가 주종을 이룬다. 이들이 수지가 맞지 않는 신문발행을 지속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계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내는 것은 기업체의 방패막이로, 공사수주와 관련된 압력, 사업정보의 신속한 입수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중견 신문사는 사주와 간부가 공사수주 관련 협박과, 강제 광고 수주 등이 문제가 돼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신문사의 한 기자는 '사주의 건설업체가 신문사 지분을 갖기 전에는 도내 도급순위 100위권 밖이었으나 지분참여 이후 23위로 뛰어올랐다'며 '기자들이 알게 모르게 대주주의 사업체를 위해 많이 뛰었다'고 전했다.



다른 신문사의 기자는 '사주가 기자들을 로비스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며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이런 언론사가 왜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다른 기자는 '사회부나 경제부의 경우 로비와 더불어 매달 주어지는 광고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며 '국장이 주재하는 회의석상에서 광고실적을 채우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지방신문의 또 다른 문제점은 주재기자 제도다. 본사 기자들과 동일한 기준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신문사도 있지만 많은 신문사들에서는 광고 리베이트 등으로 임금을 대신하고 있다. 비교적 사세가 탄탄한 한 지방신문사의 주재기자는 '광고, 책 판매, 부수확장 등 영업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취재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영업 때문에 써야 할 기사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지역주재기자가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주겠다며 건설업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 기자의 동료들은 '정확한 경위는 수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그 지역이 복마전이라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그럴 사람이 아니었는데 깜짝 놀랐다.그기자가 그랬다면 다른 기자들 역시 깨끗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신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감량경영,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영지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언론인"이기보다는 "샐러리맨"으로 전락하고, 비판적인 기사보다는 "돈 되는 기사"를 찾아 나서게 된다. 총체적인 저널리즘 기능의 위축현상이다. 지역의 쟁점과 현안을 찾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문제 제기자, 문제 해결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신문은 내부의 구조적 문제해결과 중앙지의 지역공략에 맞서며 지역내 다른 신문과 경쟁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또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소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거나 지방 신문끼리 서로 닮은꼴 지면경쟁을 벌여서는 곤란하다. 학계에서는 중앙지를 답습하며 아류로 남기보다는 지역소식을 충실히 다루는 지역밀착형 보도로 차별화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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