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직원 A씨는 지난 7월 중순 재단 직원들의 연락처를 적은 전화번호 안내를 보고 깜짝 놀랐다. 3개월 전 광고 경력직 사원으로 입사한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이 아무개 씨의 직책이 ‘차장대우’로 명기된 까닭이었다.

인사발령이 나면 재단 사내게시판에 공지하기 마련인데 이씨의 경우 이런 절차가 없어 A씨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부분 직원들도 이씨의 4급 차장대우 발령을 전화번호부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 4월1일 정규직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이씨는 3개월 수습을 거친 뒤 7월1일자로 부서와 직책을 받았다.

재단 직원들이 황당해한 것은 차장대우 직책이 슬그머니 부활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한국언론재단이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과 통합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출범하는 과정에서 ‘대우’ 직책은 사실상 사라졌다. 통합 전 차장·부장·국장대우 직책이었던 직원들은 한 직급이 강등된 직책을 받았다.

이씨의 차장대우 발령에 일부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컸다. 특히 통합 직전 차장대우를 달았던 직원들은 그대로 두고 재단 근무경력이 일천한 경력직에게 차장대우 직급을 부여했으니 여러 말들이 나왔다. 청와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왔다고 특혜를 줘도 너무 준다는 얘기가 퍼졌다.

특혜는 또 다른 특혜를 낳았다. 놀랍게도 이씨는 연봉상한액을 초과한 임금을 지급받고 있었다. 언론진흥재단 규정에 따르면 4급 직원의 연봉상한액은 6천만원. 그러나 이씨는 9, 10월에 각각 5백22만원씩을 받았다. 1년 연봉으로 계산하면 6천2백70만원으로 4급 직원의 상한선을 초과한 금액이다.

언론진흥재단은 이씨가 입사할 당시 3급 차장과 그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기로 구두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측은 이씨가 ‘국가공무원 5급 이상,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에 직무관련 분야 10년 이상 경력’을 충족해 3급으로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진흥재단 관계자는 “입사 당시 ‘3급 차장’으로 계약했지만 정원 대비 3급 현원이 꽉 차 부득이하게 ‘4급 차장대우’로 발령냈다”며 “게시판에 인사고지를 하지 않은 것은 당시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발령난 직원들의 직급이 하향돼 이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봉과 관련해 재단 측은 계약 당시 지급하기로 했던 6천2백70만원을 12개월로 나눠 지급하다보니 상한선을 넘겼다며 내년 초 성과급을 지급할 때 초과액수인 2백70만원을 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언론진흥재단 노동조합(위원장 홍원철)은 국감에서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씨와 관련해 재단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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