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전 장관 KBS 출연 무산 논란

1라디오 EP "단독 출연 안돼"…PD들 진상규명 요구


   
 
  ▲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뉴시스)  
 
KBS가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의 라디오 인터뷰를 무산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라디오조합원들은 25일 “1라디오 부장의 일방적인 제작 지시에 의해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의 인터뷰가 취소됐다”며 “라디오 수장은 라디오위원회를 개최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된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지명입니다’ 섭외 뒤 인터뷰 무산

라디오조합원들에 따르면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제작진은 지난 12일 ‘진보진영 내 북한 3대세습 비판 논란’과 ‘황장엽 사망과 예우 문제’ 등을 대담하기 위해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와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을 섭외했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이 아무개 1라디오 EP는 “두 사람을 토론 붙여라. 토론이 아니면 이재정 출연은 안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이를 수용해 출연자들에게 토론 참여가 가능한지 물었다. 이 대표 측은 “단독 인터뷰가 아니면 곤란하다”고 했고, 정 의원도 갑작스런 토론 제안을 마뜩찮아 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하자 이 아무개 EP는 “이재정 대표를 다른 진보연사로 바꿔 토론을 진행하라”고 지시했고, 제작진은 “이미 섭외가 완료된 아이템이고, 왜 굳이 토론을 해야 하느냐, 이재정이 뭐가 문제냐”고 항의했지만, 그는 “왜 꼭 이재정을 해야 하느냐. 계통을 밟아서 얘기하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제작진은 ‘EP가 질문지를 사전에 검토하고 생방송 때 참관한다. 문제되는 발언이 나올 시 MC와 정옥임 의원의 반론, 충분치 않을 경우 추후 다른 보수연사를 섭외해 반론을 듣게 한다’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정안을 냈다.

하지만 이 EP는 ‘두 연사 모두 취소하라’는 최종결정을 내렸고, 13일 아침에 방송될 ‘진보진영 내 북한3대 세습 비판 논란’ 등 아이템은 취소되고 다른 아이템으로 교체됐다.

라디오 PD들 “군소정당 때문? 성향이 문제?”

라디오조합원들은 “EP의 제작지시가 내려진 과정을 보면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다”며 “특정인의 방송 출연을 아예 무산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남북문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통일부 장관 출신 이재정 대표의 단독 인터뷰는 왜 안 되나 △그가 군소정당 대표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성향이 문제되는 것인가 △대담 형식인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포맷을 무시하면서 부장이 토론을 고수한 이유가 무엇인지”라고 따져 물었다.

라디오조합원들은 “시민사회가 수신료 인상의 전제조건으로 KBS 프로그램의 공정성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방송에 출연시켜서는 안 될 부적격 연사가 정말 KBS에 존재하는가’는 의혹을 자아내는 사건이 1라디오에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상덕 KBS 홍보국장은 “담당 부장은 이재정 전 장관이 진보진영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어 문제를 제기했다”며 “제작방식도 토론이 아닌 대담으로 바꿔보라고 지시했는데 제작진은 하지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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