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믿고 따를만한 선배가 없다”
국장 “현실 직시하자”…동원 논란도 15일 밤 10시 경기도 양주시 MBC 양주문화동산에 보도국 기자 1백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보도국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워크숍은 MBC 기자회가 이장석 보도국장에게 간담회를 요청했고, 이 국장이 이왕이면 1박2일 워크숍으로 하자고 제안해서 이뤄졌다.
‘후플러스’ 폐지와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 수시로 단행된 조직 개편과 인사 등으로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뤄진 이날 워크숍은 보도국 수뇌부와 기자들 간 불신과 불통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드러냈다. 한 기자는 “소통의 부재와 신뢰의 부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워크숍은 무겁고 냉랭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은 워크숍 개최 전부터 ‘허심탄회한 얘기가 나오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참여 독려가 지나쳐 동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급기야 2008년과 2009년, 2010년에 입사한 40·41·42기 기자들이 “믿고 따를만한 선배가 없다. 그 사실이 슬프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기자들은 워크숍에서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선후배간 신뢰의 위기를 강조했다. 한 기자는 “부장들조차 자기 인사를 모르고 있는 이런 조직문화가 과연 좋은 것인가 의문이다.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복원해야할 것은 신뢰다. 선배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여러 날 경쟁력을 얘기해봐야 소용없다”고 말했다.
이장석 보도국장은 “소통 부족을 인정한다. 조직 안전성 유지에 최대한 노력하겠다. 심층 고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자는 “이 국장이 ‘지나간 얘기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크숍은 끝났지만 보도국 안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냉소와 무기력감,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단번에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기자는 “형식적인 자리라서 그런지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 기자들의 진심어린 목소리를 듣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 그대로였다”고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수뇌부들이 기자들의 정서를 확인한 만큼 변화를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표출했다. 차장급인 한 기자는 “큰 틀에서 잘해보자는 결의를 다진 만큼 수뇌부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실천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개편으로 시작한 보도국 사태는 이번 워크숍으로 일시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 촉발 요소는 여전하다. 11월부터 시작되는 주말 뉴스데스크의 성패와 ‘시사매거진 2580’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 기자는 “비판을 강화하겠다는 국장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특히 주말 뉴스가 실패하면 국장 책임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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