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국장이 교향악단 차량 사적 이용”…사측 “성능시험차 시승”
KBS 새 노조가 13일 특보를 통해 ‘이승만 특집’ 기획이 졸속으로 이뤄지고, 교향악단 예산이 방만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새 노조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김인규 사장은 6·25 특집 방송팀과의 점심 자리에서 “이승만이 대단한 사람이고, 방송에서 한번 다뤄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길환영 콘텐츠본부장은 이승만·박정희·김대중·이병철·정주영 등 5명의 현대사 인물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PD 등 제작진은 선정 기준이 자의적이고 특정 기업을 홍보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거부했다.
논란 끝에 제작진과 본부장은 여론조사와 전문가 참여 등 객관적 방법으로 인물을 선정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 8월 말 보고를 받은 김 사장이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기획은 틀어졌다. 김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딸인 박근혜 전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라이벌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며 두 전직 대통령을 다루는 것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 본부장은 당초의 계획을 뒤집어 박정희, 김대중은 빼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루라고 지시했다. 제작진은 내년에 이승만 대통령을 집중 조명할 계기가 없을뿐더러 KBS가 뉴라이트의 이념을 전파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길 본부장은 이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10명을 선정해 이승만은 당장 내년에 방송하고, 나머지 인물은 향후에 방송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 새 노조는 “사내에서 ‘뉴라이트판 인물 현대사’니 ‘건국의 아버지’란 별칭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기획단계에서 누더기가 된 만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와 담당국장을 둘러싼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교향악단 담당국장 A씨는 상임지휘자에게 배정된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불필요한 외국출장에 1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등 각종 추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새노조는 밝혔다.
새 노조는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함신익 씨에게 회사 앞 포스코 더샵 3억2천만원짜리 전세를 지급하고 있다”며 “함씨는 1년에 세 달 남짓 한국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기간은 아파트가 비어 있지만 관리비는 매달 빠짐없이 나간다”고 밝혔다.
또 “부사장급에 주어지는 제네시스 승용차와 기사가 함씨에게 배정됐다”며 “당연히 이 차 또한 대부분은 쉬고 있다. 회사에서 제공한 고가의 승용차가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서 연식을 까먹고 있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담당국장이 자신의 차처럼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A국장이 지난달 중순 KBS교향악단 UN음악회(10월 예정) 사전 답사차 뉴욕을 방문해 1천만원의 불필요한 외유성 출장비를 지출했고, 1장에 2만~6만원에 해당하는 교향악단 표를 1백여 장 단위로 수차례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A국장은 새로 구입한 차량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시승한 것 이외에 한번도 차량을 이용하지 않았고, 뉴욕 사전 답사도 연주회 규모 등을 감안해 직접 챙길 것이 많아 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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