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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충북일보 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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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청풍명월의 고장 충청북도. 대한민국 8경 중 하나인 속리산, 백두대간의 자랑 소백산, 절경 계곡을 거느린 월악산 등 충북에는 내로라 하는 산이 많다.
충북일보는 지역 명산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3년 전부터 실시했다. 바로 ‘클린마운틴 캠페인’. 이 캠페인은 매달 지역 명산을 충북일보 기자, 독자 및 충북도민과 함께 오르며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 훼손된 산림을 보전하고 올바른 산행 문화를 선도하자는 취지로 2007년 초부터 시작됐다. 지역사회의 호응은 크다. 가을 단풍이 번지듯 입소문으로 퍼진 ‘클린마운틴’의 명성에 일반 독자는 물론이고 지역 산악동호회원, 도청·시청 등 지자체 직원들까지 참여 신청이 줄을 잇는다. 악천후로 도저히 등산이 불가능했던 경우를 빼고는 매달 산에 올라 지금까지 3년간 횟수 40여 회, 참여인원 2천여 명에 이른다.
충북일보의 대표적인 자랑거리가 된 클린마운틴 캠페인은 많은 사람들의 땀방울을 먹고 자랐다. 그렇지만 묵묵히 산을 오르며 지역주민과 호흡했던 숨은 일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주인공은 김정호 부국장이다.
2008년 충북일보로 옮기자마자 클린마운틴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고 있는 김 부국장은 말 그대로 ‘살림꾼’이다. 연초에 올해 오를 산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모두 그의 역할이다. 사전답사도 게을리할 수 없다. 매달 ‘개근’하며 참가자들과 같이 산을 타면서 쓰레기 한 조각이라도 더 줍기 위해 솔선수범한다. 참가자들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평소 경제부 데스크라는 중책을 맡으며 아무런 대가없이 병행하는 일이지만 회사에 배려를 바란 적도 없다. 오히려 “지역 산악인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할 뿐”이라며 공을 돌린다.
“클린마운틴은 돈을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참가비 1만원은 실비로 쓰이고 오히려 수익 상 손해라면 손해입니다. 웰빙 문화가 유행하면서 건강을 위해 산을 찾는 인구는 늘었지만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마인드는 아직 부족하죠. 이 캠페인은 우리 환경을 보듬는 ‘선진 산행문화’를 만들자는 공익적 사업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발 벗고 나서 회사를 대표하는 사업으로 일궈놓은 데는 김 부국장의 극진한 산 사랑이 한몫을 했다. 1991년 동양일보에서 언론생활을 시작한 그는 좋은 기사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기자였다. 자연히 취재원과 술자리가 많았고 몸 돌 볼 여유도 없었다. 10년차가 되자 건강에 그만 적신호가 켜졌다.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느꼈을 때 찾은 곳이 산이었다. 다행히 충북에는 아름다운 명산이 많았다. 몸 관리라도 하자는 생각에 고향의 산을 하나둘 오르다 이제 무대는 전국화됐다. 전문 산악인은 아니라고 겸손해하지만 지금까지 오른 산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다. 클린마운틴 일정 외에도 거의 매주 산을 찾는다. 이제 그의 하루는 새벽 집 주변의 야산을 오르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의 일상은 절반은 취재, 절반은 산인 셈이다.
“내년쯤부터 충북을 넘어 전국의 산으로 클린마운틴의 범위를 넓혀볼 생각입니다. 이 운동의 정신이 충북에서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김 부국장의 목소리는 언론계 20년 경력에 비해 훨씬 젊게 들렸다. 우리 산의 푸른 정기를 머금었기 때문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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