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들 추석이 더 바쁘다

고소공포증·교통체증 견디며 헬기·톨게이트 취재…연휴도 근무


   
 
   
 
추석 명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적인 추석 연휴는 22~24일 단 3일.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은 징검다리 휴일을 이용해 5~9일 명절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됐다.

기자들은 어떨까.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2~4일을 쉴 수 있는 신문업계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명절 당일에도 방송을 내보내야 하는 방송기자들은 생중계, 기획물 제작 등으로 오히려 평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낸다.

“벌써 명절? 이번엔 뭘 쓰지?”
방송기자들의 명절 풍경은 다소 다르다. 평소처럼 일하거나 더 바쁘다. 명절 1~2주 전부터 추석 방송분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SBS A기자는 연휴 9일 전 기획아이템 회의를 끝냈다. 미리 기획과 섭외를 마무리 해놓지 않으면 명절 기간엔 섭외가 어려워 제작 자체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

이 기간 방송기자들은 ‘데일리’ 뉴스를 쫓아다니느라 시도해보지 못했던 기획물들을 제작한다. 대형 시리즈물을 만들기도 한다. 외국의 건강보험제도, 교육제도 등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무리가 없는 내용들을 채택한다. 기자 1인당 2~3건이 되는 분량이다. 하루살이 방송기자에게 명절마다 닥치는 대형 기획물은 아이템 잡기도, 취재하기도 녹록지 않다.

“헬기, 조각배보다 더 흔들려요”
기자들의 명절 풍경은 또 있다. 바로 ‘헬기 취재’. 방송기자에게 헬기를 타고 명절 스케치를 담아오는 일은 진정한 방송 기자로 태어나는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3~4년차 기자들이 주로 맡는 헬기 취재는 명절 아침 8시에 시작해 4~5시간 동안 이어진다. 편하게 헬기에 앉아 ‘그림’만 잡아오면 되는 일이 아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기자는 취재 지시가 떨어진 3일 전부터 마음고생이 시작된다.

은근히 헬기 취재를 기다리던 기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카메라기자 선배와 스태프가 함께 헬기를 타는데 ‘그림’이 안 되면 더 큰일이다. 이 때문에 2~3일 전부터 도로교통공단, 서울경찰청 등을 취재한다. 주로 막히는 도로구간, 최근 도로 상황이 개선된 곳 등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행사일정 챙기기는 기본. 이렇게 전반을 알아본 뒤 명절 풍경을 담아내기 가장 좋은 장소를 정해놓는 일이 헬기 취재의 핵심이다.

몇몇 필수 코스는 정해져 있다. 놀이공원인 ‘○○랜드’나 ‘호법분기점’. 매번 똑같은 명절 장면이 담긴다는 비판 때문에 새로운 곳을 개발하려는 기자들도 더러 있지만 헬기 취재의 여건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막히는 거 취재하러 막히는 곳에”
방송기자들의 명절 단골 코스인 ‘톨게이트’ 취재도 고생 끝에 탄생한다. 톨게이트까지 가려면 방송기자들도 차량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OBS B기자는 “차 막히는 거 취재하러 차 막히는 곳에 뛰어드는 격”이라고 푸념했다. 이동시간만 3시간 넘게 걸린다.

‘중계차를 타는(생중계를 맡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 기자는 주로 사쓰마와리 초년기자들이다. 처음 명절 취재를 간다는 설렘도 잠시, 현장 지휘를 맡은 중견기자와 함께 하루 종일 차량들의 공해와 소음에 시달린다. 쌩쌩 달리는 차량 옆에 다가가 코멘트를 받다가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명절날, 음식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는다. 톨게이트 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이라도 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온라인파트·통신사 비상근무
명절 3일 동안 온라인은 쉼 없이 작동한다. 각 신문사 온라인 담당인 ‘인터넷뉴스부’ 소속 기자와 직원들이 교대 근무를 하며 기사를 업데이트 해준다. 통신사 뉴스나 제휴언론사 기사를 체크하고 기사화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통신사 국제파트 기자들도 대체 근무를 하며 기사를 생산한다. 명절날 세계 각국 표정은 빠지지 않는 기사 중 하나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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