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시사 프로그램 '수난시대'

권력에 밉보이고 낮은 시청률에 입지 좁아져



   
 
  ▲ MBC '후플러스' 방송화면.  
 
김재철 사장 졸속추진에 반발 거세…연임용 의혹 이병순씨 때와 비슷


지난해 9월18일. 당시 이병순 KBS 사장은 이사회에 시사 프로그램인 ‘생방송 시사360’ 폐지를 보고했다. 폐지 이유를 묻는 이사들의 질문에 이 사장은 ‘품격 있는 공영방송’을 내세웠다. 사전에 아무런 소통 없이 추진된 정체불명의 폐지 방침에 제작진은 반발했고, 급기야 시사교양 PD 1백13명이 “(프로그램에) 한계가 있다면 인적·물적 지원과 함께 합리적인 비판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폐지에 반대하는 연명 성명을 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집요한 추궁이 있었다. 그럼에도 시사360은 그해 가을 개편에서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1년. 지난달 30일 MBC에서 ‘후플러스’, ‘김혜수의 W’ 폐지와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 방침이 흘러 나왔다. 기자와 PD들은 긴급 총회를 열어 비정상적 개편 논의를 성토하며 폐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MBC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으나 폐지 입장은 해당 실·국장을 통해서 제작진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9월 말까지 개편안 확정, 10월 홍보 기간, 11월 초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장소만 KBS에서 MBC로 바뀌었을 뿐 시사 프로그램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나도 모르겠다. 왜 개편하려는지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 폐지 배경을 묻자 MBC 노조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PD수첩-4대강 편’ 방송 보류 사태가 일단락되자마자 갑작스러운 폐지 결정으로 MBC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는 데 대한 구성원들의 당혹감이 묻어난다. 한달 전 MC와 프로그램 제목을 바꾸고 의욕적인 변신을 시도한 W 제작진에게 폐지설은 말 그대로 날벼락이다. 후플러스 전·현직 제작진은 “권세 있는 자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방송물을 없애려는 의도가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MBC가 내세운 개편 이유는 종편 출현에 대비한 프로그램 경쟁력 강화다. 차경호 보도본부장은 지난 3일 MBC 기자회와 면담 자리에서 “후플러스는 시청률이 약하다. 공헌이익이 프로그램 중에 꼴찌 수준이다. 정권 눈치보기 차원이라면 PD수첩을 없애지, 왜 후플러스를 없애겠느냐. 95% (폐지가)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뉴스데스크 건도 “편성에서 자료를 가져왔다. 시간대를 옮기면 뉴스와 드라마 시청률이 나아진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다. 나는 (시간대 변경에) 우려했지만 임원회의에서 동조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성장경 기자회장은 “경영진은 종편이 떴을 때 MBC의 프로그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에 개편의 목표를 두고 있다”며 “후플러스 폐지와 뉴스 시간대 변경은 기정사실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회는 9일 기수별 대표자 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PD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건강한 비판이 사라지고 다양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면 MBC는 그 존재의 원칙을 망각하고 천박한 상업논리가 판치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1년을 전후로 KBS와 MBC에서 일어난 시사 프로그램 폐지는 ‘시사교양 프로그램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사장들이 추진했다는 점에서 연임을 보장받기 위한 개편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시사360 폐지 당시 KBS PD들은 “정권에 코드를 맞춰 사장 개인의 연임을 보장 받기 위한 졸속 코드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이병순 사장은 연임에 실패했다. 그러나 김재철 MBC 사장은 내년 2월 연임을 노리고 있다.

또 지상파 방송사가 시청률·광고에 얼마나 목매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MBC가 30여 년 동안 이어져 온 뉴스데스크 시간대를 바꾸려는 것도 주말 9시에 드라마를 배치해 시청률과 광고판매를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MBC 한 PD는 “광고에 의존하는 구조 때문에 시청률을 외면할 수 없지만 시청자들에게 질 좋은 프로그램과 뉴스를 공급하는 것도 공영방송의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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