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누가 이겨도 '출혈'
케이블TV 지상파 재전송 문제 8일 결론
사업자 충돌보다는 방통위 중재·조율 필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 재송신 및 프로그램의 저작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 CMB, HCN 등 5대 케이블TV(MSO)를 상대로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라며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청구’가 그것.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25일 1심 선고를 하기로 했으나, 오는 8일로 재판을 연기했다. 그러나 곧 재판 결과가 나옴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저작권 위반 Vs 난시청 해소지난해 지상파 3사가 5대 MSO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요지는 ‘케이블TV가 허가 없이 지상파를 재전송하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가입자를 늘리는 이득을 취하고 있고, 이 때문에 콘텐츠 저작권료 등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상파 3사는 이 문제가 “방송법 상 의무재송신 문제와 상관없는 저작권 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 실시간 재전송은 ‘난시청 해소를 위한 수신보조행위’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상파 직접수신설비를 갖춘 가구는 전체 시청가구 중 10% 내외에 불과하고 IPTV 등을 포함하더라도 20~30%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체 시청가구의 70~80%를 확보하고 있는 케이블TV가 결과적으로 지상파의 ‘보편적 시청권’ 획득에 기여했다는 요지다. 또한 케이블망으로 시청자를 늘린 지상파가 오히려 광고수익을 더 낼 수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 논란 기준될 듯지상파와 케이블TV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사실상 이번 재판이 콘텐츠 유료화 논란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의 경우도 MBC와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이 수도권지역 HD 재전송에 따른 대가 문제로 소송중이다. IPTV도 이런 소송의 결과를 지켜보며 지상파 재송신 대가 지불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판부가 케이블TV의 손을 들어주면 지상파들이 IPTV나 위성방송, 나아가 또 다른 뉴미디어에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할 법적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콘텐츠 판매를 활로로 모색하고 있는 지상파들은 차제에 콘텐츠 유료화 부분을 해결하려고 한다. 향후 도입될 종합편성채널 등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재판부가 지상파의 손을 들어주면 지상파는 해마다 케이블TV로부터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3백만 명분인 3백5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케이블 가입자로 따지면 연간 1천7백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발은 거세다.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가 승소하면 재전송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국내 시청가구의 70~80%를 케이블TV 업계가 장악한 상황에서 재전송이 중단되면 시청자들 대다수가 지상파를 시청하지 못하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TV의 피해도 불 보듯 뻔하다. 지상파든, 케이블이든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출혈’이 불가피한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케이블TV의 지상파 동시재송신에 대한 사회 파급효과와 시청자 복지를 고려할 때 양 사업자 간 충돌보다는 조율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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