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퇴근 뒤 김재철 사장 시사

'PD수첩-4대강'편 방송 2시간전, MBC에 무슨 일이…



   
 
  ▲ 지난달 24일 방송된 MBC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 (MBC 방송화면 캡처)  
 
백기투항으로 비칠까 우려 시사 관철…노조 “훔쳐보기”


MBC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이 전파를 타기 직전인 지난달 24일 밤 10시16분쯤, MBC 출입기자들의 휴대폰에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MBC 홍보국이 발신지인 이 메시지의 내용은 ‘PD수첩 방송결정’이었다.

그전까지 MBC는 방송 여부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 정상 방송을 확신한 MBC 노조도 방송을 봐야 안다고 밝힐 정도. ‘PD수첩’ 제작진이 수정 보완한 편집본을 완성한 시점은 8시55분, 방송 결정이 난 시각은 10시16분. 81분 동안 MBC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밤 9시쯤, 여의도 사옥 6층 사장실 옆 회의실에 6명이 모였다. 김재철 사장을 포함해 TV제작본부장, 편성본부장, 시사교양국장, 편성국장 등이었다. 그들은 제작진이 심의평가부로 넘긴 완제품 테이프를 회의실로 가져다가 시청했다.

김 사장은 1시간에 걸쳐 ‘4대강’ 편 전체 방송분을 본 뒤 방송 결정을 내렸다. 방송 몇 시간 전에 방송보류 결정을 내렸던 지난달 17일과 다른 점이 있다면 1시간 전에 방송을 내보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4대강’ 편 시사를 위해 밤늦게 회사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담당 국장과 관련 본부장이 그날 오후 제작진이 수정한 대본을 확인까지 한 마당에 시사를 고집했고 관철시켰다.

김 사장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동안 제작진은 모두 퇴근했다. 문제점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수정지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야 시사’는 결국 사장이 봤다는 점을 대내외에 알리는 상징성 밖에 없었다.

사회적 여론에 떠밀려 방송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 문제가 없어 방송을 내보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의 ‘사전 시사’ 요구에 제작진이 거부하자 방송을 결방시켰던 그로선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시사 과정도 석연치 않았다. 그동안 편집을 완료한 완제품 테이프는 주조종실에 입고시키는 것으로 끝났지만 이날은 입고 전에 영상 심의가 있었다. 통상적인 경우 방송 1~2일 전 대본 심의로 심의절차가 끝나지만 ‘4대강’ 편은 대본 심의에 이어 영상 심의가 이뤄진 것이다.

노조가 ‘훔쳐보기’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완제품 테이프를 입수하기 위해 영상 심의를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노조는 “‘PD수첩’을 마음대로 가위질하고자 했던 김재철 사장으로선 아무것도 자르지 못하고 칼을 거두기가 쑥스러웠을 것”이라며 “큰집 보여주기용 훔쳐보기를 감행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5% 안팎이던 평균시청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전국 기준 시청률 10.7%를 올렸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서울 기준 13.2%, 수도권 기준 12.7%를 기록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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