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4대강'에 빠지다

'PD수첩' 결방 의혹만 키워…"연임 욕심이 빚은 무리수"


   
 
  ▲ 20일 오전 ‘4대강 진실 은폐 규탄, PD수첩 방영 촉구 국민대회 제안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각 시민사회단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지금도 저한테 왜 전화가 안 오겠어요. 오고 있지만 제가 다 막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청와대 가서 조인트 맞을 만큼 그렇게 힘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결방 사태는 김재철 사장의 지난 13일 노사협의회 발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담당 국장의 책임 하에 취재, 제작, 시사, 사전 심의 등 모든 절차를 거치고 예고편까지 나간 ‘PD수첩-4대강’ 편 방송이 지난 17일 결방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MBC는 국토해양부가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사실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만큼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사전 시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이 요구한 ‘사전 시사’는 전례가 없는 데다 ‘편성·보도·제작상의 실무 책임과 권한은 관련 국장에게 있으며, 경영진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MBC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검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적 저항 우려 방송 결정
김 사장은 방송 보류가 되레 4대강 사업의 의혹을 키우는 등 ‘PD수첩’ 결방 사태에 대한 사회적 파문이 확산되자 24일 밤 방송을 내보냈다. 김 사장은 이날 밤 9시10분께 담당 본부장, 담당 국장 등과 편집본을 본 뒤 방송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23일 노조와 ‘PD수첩’ 제작진을 통해 방송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뒤 보도자료를 내어 “김 사장의 위임을 받은 본부장들이 ‘4대강’ 편에 대한 사전 시사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본부장 시사회에서 수정, 보완을 지시하는 등 경영진의 역할을 다했다는 명분은 챙기겠다는 속내다.

김 사장은 지난 17일 방송 3시간을 앞두고 방영 보류를 결정했던 결기를 일주일 만에 꺾었다. 왜일까. 24일에도 불방될 경우 전면 제작거부를 예고한 MBC 내부의 반발과 함께 ‘PD수첩’ 결방 사태에 대한 국민적 저항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 보류가 4대강 사업의 의혹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하고, 그에 따른 여권 내부의 불편한 심기도 김 사장의 결심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MBC 한 기자는 “연임에 목맨 김 사장이 무리수를 뒀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임기는 엄기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다.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권의 재신임이 필수적이다. 그는 언론계에서 대표적인 ‘친MB(이명박) 인사’다. 이명박 대통령과 15년 이상 오랜 교분을 나눌 정도로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임으로 가는 기본조건은 충족한 셈이지만 그래도 2%가 부족하다.

성과 집착이 가져온 패착?
노조 관계자는 “연임을 위해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광우병 촛불’로 정권에 찍힌 ‘PD수첩’ 무력화야말로 김 사장이 내세울 수 있는 최대 성과이다”라고 말했다. 4대강은 이명박 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으로 정권 차원에서 홍보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D수첩은 ‘4대강’ 편을 통해 4대강 사업과 대운하의 연관성 등을 추적했다.

7·28 재보선 승리를 발판으로 4대강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태에서 PD수첩 보도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국토해양부가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은 정부의 민감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한다. 김 사장의 ‘사실 확인을 위한 사전 시사’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유다. MBC 한 PD는 “김 사장이 정권의 ‘4대강’ 앞에서 본색을 드러냈다”며 “안 그래도 없었던 사장에 대한 신뢰가 이번 결방 사태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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