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자발적 보도관제 그만두어야"

언론단체 특별좌담회 청와대 엠바고 요청 무차별 수용 비판

“청와대 기자들은 기자가 아니라 ‘리에종 오피스(Liasion officer)’, 연락관들이다. 기사는 안 쓰고 고급 정보를 회사 고위층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김기만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개각에 관한 전반적 내용을 발표할 때까지 보도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엠바고 요청을 수용해 개각 관련 기사를 보도하지 않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청와대의 엠바고 요청과 이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에 대한 언론계 선배들의 따가운 지적이 쏟아졌다. 새언론포럼, 언론광장, 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지난 1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9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언론단체 특별좌담회-청와대 기자단의 자발적 보도관제-엠바고’ 자리에서였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기조발제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일정시점까지 보도유예’를 뜻하는 엠바고가 보도시기를 넘어서 보도내용까지 통제하는 쪽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기자단이 담합해 정권의 보도통제에 협조했다는 측면에서 자발적 보도관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50년 기자생활을 하는 동안 이렇게 부패한 기자의식은 없었다”고 일갈했다.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시민을 대변해야 할 기자들이 스스로 권력이 되고 있다. 기자라는 특권의식에 젊을 때부터 사로잡혀 사회적 책임감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엠바고 요청에 적극 동조하며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출입기자들에게 쓴소리가 이어졌다.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취재소스를 일방적으로 받아야 하는 출입기자들 입장에서 청와대 요청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구조가 있다”며 “하지만 지금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엠바고란 미명하에 ‘갈 데까지 갔다’고 할 수 있다. 기자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주문에 기자들이 동조하는 원인이 언론사 사주나 경영진의 낙점을 받은 기자들이 청와대에 출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주언 언론광장 감사는 “기자들이 고급정보를 회사에 전달하면 회사 경영진은 그 정보를 주식 거래 등에 활용할 수 있고, 그 정보를 제공하는 기자들은 좋은 보직을 유지할 수 있다”며 “언론사 경영진과 기자들이 한데 얽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기자단이 로비스트 역할도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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