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진실 물꼬 트이나

'PD수첩' 결방 일주일만에 전파 타
MBC, 방송 1시간 전 방영 결정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추진 과정에 대한 의혹을 다룬 MBC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이 24일 밤 11시15분 방영됐다. 지난 17일 김재철 사장의 ‘사전 시사’ 요구로 결방된 지 일주일 만이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을 통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사실상 대운하 사업으로 추진하는 배경에 청와대 관계자가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팀이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 TF팀이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는 ‘수심 6m 확보’ 안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

‘4대강’ 편은 이날도 전파를 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방송 여부는 방송 1시간 전인 밤 10시15분께 결정됐다.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재철 사장이 담당 본부장, 국장 등과 함께 편집본을 본 뒤 방송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이날 오후까지 방송 내용을 보완한 뒤 5시30분쯤 편집에 들어가 8시30분께 편집을 마치고 주조정실에 완제품 테이프를 입고시켰다. MBC 한 PD는 “방송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프로그램 방송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 정상적인 방송국이냐. 답답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23일 TV제작본부장, 편성본부장, 편성국장 등과 사전 시사회를 가졌다. 본부장들은 반론 인터뷰를 싣도록 요구했고, 제작진은 원래 취지에 달라지지 않는 선에서 일부 내용을 보완했다.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일종의 타협을 한 셈이다.

‘PD수첩’ 방영은 결방에 따른 국민적 반발이 커지고 있는 데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의혹이 되레 커지면서 불가피하게 수용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너무 나갔다’는 청와대의 반응이 나오고 여론도 불리하게 돌아가자 김 사장은 지난 주말부터 정상 방영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아무 일 없었다’며 방송을 내보내기엔 체면이 서지 않고 그래서 나온 것이 본부장 사전 시사회였다”며 “막판까지 방송 여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도 출구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PD수첩’ 결방 사태는 방송사 사장이 사상 초유의 불방 사태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외압을 막아야 할 김재철 사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정권에 압력에 동조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23일 MBC 남문 앞 인도에서 열린 ‘PD수첩 방송 촉구’ 국민대회에서 “5공화국 시절, 안기부 직원들이 방송국에 주재하면서 하던 일을 김재철 사장이 했다”며 “김 사장은 MBC 사장을 그만두고 한나라당 대변인실이나 청와대 홍보수석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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