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불방 정권 차원의 외압"

노조 사장실 앞 농성…정치권 김재철 사퇴 촉구


   
 
  ▲ PD수첩 ‘4대강’ 편 방송 보류 결정이 내려진 17일 밤 이근행 노조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들이 10층 사장실 앞에서 항의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지시로 결정된 MBC PD수첩 ‘4대강’ 편 불방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MBC 노조는 18일 ‘즉각 방송’을 요구하며 사장실 앞 농성에 들어갔고, 불방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를 위해 긴급 공정방송협의회를 요구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도 방송 보류를 결정한 MBC 경영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MBC 노조는 이날 오전 긴급대의원대회를 소집해 PD수첩 ‘4대강’ 편 불방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노조는 PD수첩 불방 사태는 언론사의 핵심 기능인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한 행위로 규정했다. 노조는 19일 오전 여의도 사옥 로비에서 조합원 항의 규탄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MBC PD협회도 이날 오후 긴급 총회를 열고 사장의 ‘사전 시사’ 요구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또 시사교양국 PD대표들이 김재철 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일부 PD들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이런 일이 없었다”며 전면 제작거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도 ‘PD수첩’ 결방 사태로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등 야당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PD수첩 방영 보류를 성토했다.

전병헌·조영택·전혜숙·이춘석·홍영표 의원 등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이날 오후 MBC를 항의방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황희만 부사장, 전영배 기획조정실장과 만나 사법부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음에도 사장이 나서서 결방을 시킨 것에 대해 항의했다.

전병헌 의원은 “PD수첩이 불방된 어젯밤 달려왔어야 했는데 달려오지 못해 죄송하다”며 경영진을 비꼬았고 전혜숙 의원은 “감출게 뭐가 있어 4대강 편을 방영하지 못하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희만 부사장은 “팩트 파인딩 차원에서 사실이 명확한 지 찾자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전병헌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18일 오후 여의도 MBC를 방문해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의 보류 결정으로 결방된 ‘PD수첩-4대강 수심 6m의 비밀’에 대해 항의했다.<뉴시스>  
 
앞서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MBC 사장은 방송 독립의 마지노선인 편성권의 독립을 무참히 짓밟고,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등 ‘PD수첩을 지키려는 모든 단체와 정당, 시민’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정문 앞에서 ‘PD수첩을 방송하라’며 4대강 관련 방송이 결방된 것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음에도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않은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며 “MBC가 방송을 못하게 한 데는 정권 차원의 외압이 작용했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국토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지난 2008년 9월부터 12월 사이 4대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구상을 만들기 위한 TF팀이 조직됐으며 이 팀에는 청와대 관계자 2명을 비롯, 국토부 하천 관련 공무원들이 소속돼 있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작진은 “이 팀이 조직된 시기는 2008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대운하 사업 중단 의사를 밝힌 지 (이르면) 3개월 지난 시점”이라며 “이 모임에 참석한 청와대 행정관은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과 영포회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대운하를 포기한지 수개월밖에 안된 상황에서 운하와 너무 닮은 계획을 밀어붙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많다는 판단 하에 소규모 안으로 결정됐으며 '수심 6m안'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화한다는 복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방송내용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서울남부지법에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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