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인간의 역사이자 문화"

[시선집중 이 사람] '옛길 예찬론자' 전북도민일보 하대성 기획특집팀장


   
 
   
 
매주 금요일이면 길을 찾아 떠난다. 배낭에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산길, 들길, 바닷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다. 발등에 멍이 들고 가시에 찔리기도 부지기수. 한번 갔다 하면 20~30km는 족히 걷는다. 날이 저물면 길은 사라진다. 더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는 이유다.

사서 고생한다고 했다. 길에, 걷기에 미쳤다고도 했다. 그러나 걷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혼자는 혼자대로, 둘이면 둘대로, 여럿이면 여럿대로 걷는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전북도민일보 하대성 기획특집팀장의 얘기다.

하 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전북도민일보에 매주 ‘로드다큐 ‘길’’을 연재하고 있다. 전북도 내 길을 탐방하면서 길에 얽힌 이력, 풍경과 감흥,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연 등을 2개면에 걸쳐 담는다. 모악산 마실길을 시작으로 둘레길 21곳, 포구길 22곳, 섬길 9곳, 옛길 11곳을 다녔다.

“길은 인간의 역사이자 문화예요. 일종의 사람 핏줄 같은 거죠. 참으로 소중한 자산이예요. 특히 옛길은 엄청난 문화적 가치를 지녔어요. 사람 손이 더 타 망가지기 전에 옛길을 복원해야 합니다.”

대부분 있는 길을 걷지만 탐방 과정에서 찾은 길도 있다. 무주 금강 벼룻길은 ‘로드다큐 ‘길’’팀이 처음으로 발굴했다. 머리 위로 깎아지른 바위산이 있고 발 아래 절벽 밑으로는 금강이 흐르는 절경이었다. 보도 후 많은 사람이 걷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산적들이 많아 60명이 모여야 재를 넘었다는 장수 육십령 옛 고갯길. 답사차 마을을 찾아갔을 때 주민들은 “길이 사라지고 없다”고 했다. 통사정을 해 주민들과 동행한 결과, 고갯길은 살아 있었다. “주민들이 저보다 더 놀라고 반가워하더군요. 갖고 싶었던 장난감을 얻은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이 눈에 선하네요.”

하 팀장은 최근에 군산시 옥도면 신시도에 다녀왔다. 새만금 방조제가 연결되면서 섬이 아닌 육지가 됐다. 마을길과 포구길, 숲길이 아름답고 최치원, 전간재 선생의 전설이 깃든 곳으로 다음주 지면에 나간다.



   
 
   
 
“길을 많이 걷다보면 환경론자가 되는 것 같아요. 석산 개발로 허리 토막이 잘려 나간 산기슭을 보면 가슴이 저려 오죠.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걸으면 걸을수록 정겨운 것이 우리 땅, 우리 산임을 느껴요.”

그는 ‘길의 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길을 기리는 날을 만들어 국민적 축제장으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지난 4월에 국회의원, 걷기단체 관계자 등과 만나 국민청원 형식으로 ‘길의 날’을 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9~10월쯤 개최 예정인 ‘아름다운 길걷기’ 대회와 병행해 전국적으로 서명 작업을 전개한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발굴한 곰티 옛길, 육십령 고갯길, 남원 여원재, 갈재 옛길 등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89년 전북도민일보에 입사한 하 팀장은 20년 가까이 편집부에서 잔뼈가 굵은 편집통이다. 96년에는 한국편집기자협회 대상도 수상했다. 2008년 7월 취재부서로 나왔다. 그는 “큰 글자 쓰는 기자는 편집기자, 작은 글씨 쓰는 기자는 취재기자라는 말이 있다”며 “큰 글자 써봤으니 작은 글자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길’ 특집으로 지난 3월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옛길 예찬론자’로 불러달라는 그는 “길 위에 길이 있다”며 “길에서 길을 찾으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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