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 "외부 (압력) 전화 다 막고 있어"

MBC 노사협의회 참석 "김우룡 고소하면 나도 죽고 회사도 죽어"


   
 
  ▲MBC 노사는 12일 여의도 MBC 대회의실에서 김재철 사장 취임 후 처음으로 노사협의회를 가졌다. (MBC노조 제공)  
 
지난 3월 당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이른바 ‘큰집 조인트’ 발언이 나온 뒤 기자회견을 통해 김 이사장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던 김재철 MBC 사장이 12일 “고소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MBC 노조가 13일 낸 ‘노조 비상대책위 특보’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노사협의회에 참석해 “이제 와서 김우룡 전 이사장을 고소하면 나도 죽고 회사도 죽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MBC 사장이 된 이상 여러 가지 전략적인 판단도 해야 되고, 그냥 순수한 판단으로만 세상 살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김 사장은 김 전 이사장이 사퇴했고, 고소하면 진보 인터넷 언론과 경향, 한겨레 기사로 문제가 커질 수 있기에 고소하지 않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제가 지금이라도 고소를 했다 그러면 진보 인터넷 언론에서 쓰고 경향, 한겨레가 조인트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상기시키는 기사를 쓸 것”이라며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여러 가지 비판을 할 것이다. 그러면 회사가 거기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MBC에 대한 외부 압력이 있고, 자신이 그것을 막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그는 “지금도 저한테 왜 전화가 안 오겠어요. 오고 있지만 제가 다 막아내고 있지 않나. 나는 청와대 가서 조인트 맞을 만큼 그렇게 힘없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결국 김우룡 형사 고소 약속을 뒤집었다”며 “김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목숨처럼 여겨야할 ‘신뢰’를 땅바닥에 내팽겨 쳤다. MBC 사원들은 물론 전 국민을 5개월 동안 속여온 셈”이라고 비난했다.

김 사장은 3월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이른바 ‘큰집 조인트’ 발언과 관련해 김 이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김 이사장에 대해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우룡 이사장은 ‘신동아’ 3월호와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인사가 아니다. 큰 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취임 직후 단행한 MBC 지방 계열사와 자회사의 간부 인사에 외부 권력기관의 개입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은 김재철 사장과 MBC 노조가 노사협의회에서 나눈 일문일답이다.

조합 : 신동아 4월호에 김우룡 폭탄 발언이 있었고 사장님이 직접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MBC의 명예를 짓밟았다. 김우룡씨를 고소하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왜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지 답변해 주십시오.

사장 : 사실 파업 시작하고 1주일 됐을 때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혼자 가서 고소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MBC 사장이 된 이상은 여러 가지 전략적안 판단도 해야 되고, 그냥 순수한 판단으로만 세상 살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죠. 잘못하면 휘말리니까. 첫째는 김우룡 이사장이 사퇴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다시 내가 칼을 들이대야하나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죠. 또, 저는 고소를 안했다고 생각 안합니다. 우리 기자회가 고소하지 않았습니까? 아니면 우리 노조에서 고소를 하든지요. 그게 진행이 돼서 제가 참고인으로 나가서 진술을 하거나 또 국회 청문회에 가서 제가 진술을 하기를 저는 원합니다. 제가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당신은 왜 안하냐. 제가 지금이라도 고소를 했다 그러면 다시 진보 인터넷 언론에서 쓸 것이며, 경향, 한겨레가 조인트 발언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상기시키는 기사를 쓸 것이며,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여러 가지 비판이 나오게 되겠죠. 우리 회사가 거기에 휩싸일 겁니다. 그러면 저도 죽고 회사도 죽고 다 죽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고소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제.

조합 : 사장님은 남자의 말은 문서보다 강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언론사 사장의 말과 약속이라는 건 일반 사람들의 약속보다 훨씬 더 중요할 거예요. 왜냐하면 그 언론사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장님은 5개월 만에 자신의 말, 자신의 약속을 뒤집은 겁니다. 지금 MBC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사원들이 마음으로부터 사장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왜? 리더가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에. 리더가 무슨 말을 해도 그대로 이행될 것인지, 왜, 어떤 의도에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돼버렸기 때문에 하나로 뭉치지 못하니까 당연히 조직의 힘이 나올 수 없고,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사장님은 자꾸 피해자라고 말씀하시는데, 김우룡의 말이 100% 거짓일 경우 사장님은 피해자입니다. 반대로 김우룡의 말이 사실이면 사장님은 MBC, 시청자, 전 국민에 대한 가해자입니다.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심증으로 “아, 사장님이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까, 수사를 하면 뭐가 나올게 있으니까 고소를 못하는구나” 이렇게 추론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MBC에 더 막대한 피해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왜 MBC를 위한 길입니까? 사장님을 위한 길일 수는 있지만, MBC를 위한 길은 아닙니다.

사장 : 31년 된 선배가 “내 양심에 비춰서 떳떳하다” 이러면 믿어주는 게 어떤 면에서 후배이지. 내가 호텔에서 여성분과 그냥 차를 마시고 나왔는데, 어떤 사람은 방에 가서 자고 나왔다고 그러면, 그 사람이 의심을 하면 내가 어떻게 풀어주겠습니까? 우리 후배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죠. 제가 그렇게 치사한 놈 아닙니다. 인생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조합 :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으면 말씀대로 고소를 하시면 되잖아요. 애초에 고소하겠다는 말씀을 왜 하셨습니까?

사장 : 그 당시에는 고소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었죠. 그런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이미 떠나버렸잖아요.

조합 :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저희들이 답답해서 쫓아가서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 사람은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말을 단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어요.

사장 : 그럼 취재를 해서 증거를 가져와서 나한테 얘기를 하라구요.

조합 : 아니 사장님을 임명한 사람이 누굽니까? 방문진 이사장 아닙니까? 그 사람 얘기만큼 명확한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그것에 대해서 결백을 입증해야하는 건 사장님이죠.

사장 : 아니 그러면 방문진 이사장이, 그 사람이 제대로 된 분이라고 생각합니까?

조합 : 사장님 지금 굉장히 위험한 말씀을 계속 하시는데. 김우룡 이사장, 제대로 된 분입니까? 제대로 된 분 아니죠. 제대로 된 분도 아닌 사람이 뽑은 사람은 제대로 된 사장입니까?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장 : 그것은 조합의 생각이고, 저는 제 생각을 얘기한 겁니다.

조합 : 결과적으로 사장님은 5개월 동안 사원을 속였고 국민을 속였습니다. 인정하십니까.

사장 : 아니 고소를 하겠다고 했는데, 원인제공자가 사라졌는데, 왜 자꾸 그거를..

조합 : 원인제공자가 사퇴한 건 사장님 기자회견 1시간 뒤였어요. 만약 그 때 사장님이 그런 결정을 했다면 논리적으로는 이해를 할 수 있어요.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를 떠나서. 그런데 1시간 뒤가 아니라 5개월 뒤에 와서 “아니, 원인제공자가 사라졌는데 왜 고소하냐?” 앞뒤가 안 맞다는 건 아실 거 아니에요? 5개월 동안 그럼 사장님은 국민을 속이고 사원들을 속인 겁니다.

사장 : 아니, 내가 변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지 그걸 가지고 “거짓말입니다. 국민을 속인 겁니다” 하면 인격을 침해하는..

조합 :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를 여쭙고 있는 거예요. 5개월 동안 국민을 속인 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장 : 속인 게 아니죠.

조합 : 왜 아니죠?

사장 : 원인제공자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제 생각이 바뀔수도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결혼을 하기로 했다가 약혼까지 했는데 파기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서.

조합 : 그럼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아까 말씀하셨듯이 3월 19일 4시에 회견을 하시고, 원인제공자가 사라졌다는 건 1시간 뒤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자회견이 4월 18일이었죠. 거기서 분명히 뭐라고 말씀하셨냐면 “시간을 줘야 제가 고소를 하고 할 것 아닙니까?”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이때까지도, 이미 원인제공자가 사라지고 1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고소를 말씀하신 거구요. 세 번째 5월 19일 수요일 파업 풀리고 나흘 뒤죠. 시사교양국 보직부장단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김우룡 이사장 건에 대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면 고소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장 : 제가 고소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최근입니다. 지금 저에 대해 오해를 가지고 있는 분은 오해를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사람이라는 게 약혼을 했다가 파혼도 하고,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죠. 그걸 가지고 왜 면박을 줘요.

조합 : 그 문제 때문에 저희들이 마이크를 놓고 39일간 파업을 했습니다. 이근행 위원장은 직장을 잃었고 저희들은 지난주에도 경찰에 이어 검찰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사장님이 정말로 MBC 사장이고 선배라면 최소한 김우룡은 고소해 놓고 우리를 고소할 줄 알았습니다. 이게 상식이고 사장의 말을 지키는 도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5개월 뒤에 ‘판단이 달라졌어, 안하는 게 나을 것 같애’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말씀하시고 저희들한테 순수하게 받아들여달라고 하시는 겁니까?

사장 : 여러분이 김우룡 이사장을 좀 설득 해보면 어떨까요?

조합 : 나중에 이 정권 바뀌고 나서 다른 사안이 터지면 묶어서 수사도 할 수 있고, 청문회도 할 수 있고, 국정조사도 할 수 있고, 언젠가는 진상이 밝혀질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저희들이 문제 삼는 건 뭐냐면 사장님이 나는 결백하다는 의지, 또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것, 그것이 이행되느냐 안 되느냐 이걸로 저희들은 사장님을 마음으로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겁니다.

사장 : 내가 청와대 가서 조인트 맞고, 나 그만큼 힘없는 사람 아닙니다.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치부 기자 생활을 통해서 그리고 오래된 인간관계들을 통해서 제가 지금도 어느 분에게 얘기를 해도, 지금도 저한테 왜 전화가 안 오겠어요? 오고 있지만 제가 다 막아내고 있지 않습니까? 저 그렇게 힘없는 사람 아닙니다.

조합 : 그러면 그 힘을 발휘하셔서 저희 구성원들이 어깨 좀 펴고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이게 MBC 전체의 문제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쨌든 대국민 약속을 하신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금 안 하시겠다는 건 약속의 파기 상황이거든요? MBC 구성원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해요.

사장 : 99명이 그렇게 생각해도 제가 생각하는 건 인간으로서 저도 중요합니다. 약속이 있으니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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