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소신 '현실 접맥'이 최대 과제

김중배호의 과제와 진로

1일 ‘국민과의 대화’가 끝나고 바로 시작된 KBS와 SBS뉴스는 머리기사로 국민과의 대화를 내보냈다. 꼭지 수도 KBS가 5꼭지, SBS가 4꼭지를 차지했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 그동안의 관례로 볼 때 단연 머리기사로 보도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3·1절 관련 보도가 뉴스 첫머리를 장식했으며, 국민과의 대화는 뉴스 중간에 3꼭지로 다뤄졌다.

이를 두고 김중배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가 MBC 사장에 취임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파격’이 앞으로 MBC 뉴스의 변화를 예고하는 한 징조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김중배 사장이 이끄는 MBC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방문진의 결정 이후 거취를 놓고 고심할 때 김 사장과 오랫동안 언론운동을 함께 했던 한 지인은 “밖에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안으로 들어가 개혁을 실현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며 사장 취임을 적극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김 사장에 거는 기대는 오랜 기간 시민운동과 언론개혁운동을 벌여온 그의 경력과 소신이 어떻게 MBC 운영과 프로그램, 뉴스를 통해 반영될 것인가에 모아져 있다.

최문순 언론노조 위원장은 “시민단체에서 주장해온 소신대로 언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사회개혁을 이끌어낼 때, 자연히 공영방송으로서의 MBC 위상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같은 MBC의 변화가 방송계 뿐 아니라 언론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사장에 대한 이같은 기대는 시민단체 활동과 언론민주화운동이라는 그의 경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사장 선임이 정치권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던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방문진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에서 외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보도국의 한 기자는 “내년에 대선도 있는 만큼 친정부적이라는 MBC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KBS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김 사장의 독특한 ‘이력’과 ‘시각’이 어떤 형태로든 뉴스와 프로그램에 반영될 것이며, 그 영향권내에서 KBS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는 김 사장에게는 고스란히 과제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실제 편성국의 한 관계자는 “지나친 공영성 강조가시청률 저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같이 시청률 지상주의로 선정성 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방송계 풍토에서 이에 매몰되지 않고 공익적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이 김 사장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이외에도 MBC 내부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 역시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체 개혁’을 강조한 바 있다. 아직 김 사장이 말하는 ‘자체개혁’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지 알 수 없지만, 그 첫 번째 작업은 본사 임원 인사와 지방사 및 계열사 인사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주총 날짜를 연기하면서까지 지난달 27·28일 본사 국장 이상 간부들과 직능단체장 등 수십 명에 대한 개별 면담을 통해 사내 의견을 수렴했다. 노조 역시 28일 ‘획기적인 인사쇄신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MBC 내부에서 김 사장에 대해 방송 비전문가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올해 방송환경은 디지털 전환, 위성방송 시작 등 굵직굵직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김 사장이 운동가가 아니라 경영진으로서 취임한 만큼 앞으로 MBC의 ‘생존’을 결정지을 변화에도 적절한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디어렙 문제 등 김 사장이 그동안 언개연 대표로서 주장해온 내용들 가운데 MBC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안들에 대해 회사 내부를 설득하거나, 아니면 방향선회나 ‘수위조절’을 하는 등의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운동현장에서의 목소리와 거대 미디어를 움직이는 회사 총책임자의 접근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사내 의견을 수렴해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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