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열린 미혼남녀 조합원들의 짝을 찾아주는 ‘사랑의 개념광장’ 이벤트는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참가자들이 맞선을 앞두고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정년 앞둔 한 PD, 김 사장에 쓴소리
○…정년을 앞둔 KBS 한 PD가 파업 중단을 호소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간부 PD들을 비판했다. 또 김인규 KBS 사장에게 쓴소리를 했다. 김 사장은 이 PD의 글에 충격을 받았는지 이례적으로 댓글을 달았다.

KBS 한 PD는 13일 오전 ‘PD간부 후배님들에게 부탁드립니다’는 글에서 “대통령 후보 특보를 지낸 김인규씨가 KBS 사장으로 온 것 자체가 KBS의 치욕의 역사가 되어버린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팩트다. 김 사장이 온 이후 제작현장의 자율성이 퇴보한 것 또한 되돌릴 수 없는 팩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부 PD들이 제작 현장의 자율성을 지키고 공영방송을 살리기 위해 총파업에 나선 후배 PD들의 진정한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댓글을 달아 “구구절절 KBS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으며 한때 함께 일할 때의 모습이 선하오. 다만 내가 KBS에 온 목표와 PD간부의 목표가 다를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소”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KBS에 온 목적은 한마디로 ‘확실한 공영방송’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공정성 확보’와 ‘선정성 제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오. 이에 대한 평가는 훗날 후배들의 몫이니 긴 호흡으로 함께 지켜봅시다”라고 덧붙였다.

나영석 PD “‘1박2일’ 보지 않았다”
○…KBS ‘1박2일’이 11일 전파를 탔지만 담당 PD인 나영석 PD는 방송을 보지 않았다. 이내규 KBS 새 노조 부위원장은 12일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서 “오늘 아침에 나 PD를 만나 ‘방송이 어땠느냐’고 물으니 ‘방송을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얼마나 속이 상하고 답답했으면 (나 PD가) 자기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 한국기자협회 우장균 회장이 12일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다. 우 회장은 “1천여명의 조합원들이 KBS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 사측은 새 노조 파업 여파로 파행을 빚고 있는 ‘천하무적 토요일’ ‘해피선데이’ ‘생로병사의 비밀’ ‘기업열전 K1’ ‘다큐 3일’ 등 프로그램 편집·제작에 외주 PD들을 동원했다. 이에 대해 KBS 예능 PD들은 성명을 통해 “기획 의도와 구성 방향성을 모르는 대체 인력이 편집한다는 건 프로그램의 제작과정 전체를 단지 ‘생산공정’으로 환치시키는 행위이며 창작자인 PD들을 그저 조직의 부속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지한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새 노조는 이번 총파업이 사측과의 단체협상에 이어 중앙노동위 조정을 거친 합법 파업인 만큼 대체인력 투입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이번 주 중으로 법원에 불법 대체근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치열하면서도 신나고 재미있게”
○…KBS 새 노조 파업이 13일째를 맞으면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얼굴엔 늘 웃음꽃이 피어난다. 엄경철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밝고 환한 표정에서 승리를 예감한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치열하면서도 한편으로 신나고 재미있다. ‘유쾌한’ 신개념 파업이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12일엔 싱글 조합원들을 연결해주는 ‘사랑의 개념 광장’이 있었다. 새 노조 조합원들로 구성된 선남선녀 12명을 대상으로 최고 베스트 커플을 뽑는 이벤트로 정세진 앵커, 박노원 아나운서 등이 참여했다.

처음엔 모두 “민망하다” “쪽팔리다”며 부끄러워했지만 정작 이벤트가 시작되자 춤과 노래 실력 등 숨겨진 끼를 맘껏 발산해 조합원들을 즐겁게 했다. 이 밖에 중앙위원들이 나와 문제를 맞출 때마다 정해진 액수의 파업 기금을 내야 했던 ‘기부 퀴즈’와 엄경철 위원장을 상대로 한 ‘비호감 월드컵’ 등은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다.

광주·창원 등 지역도 파업 열기 뜨거워
○…새 노조 파업은 여의도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부산, 광주, 대구, 전주, 창원 등 각 지역별로 거리 선전전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의 조합원들은 보육시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고, 부산울산 조합원들은 회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특히 KBS 창원총국 조합원들의 파업 소식은 지역 일간지에 게재됐다. 경남도민일보는 파업에 참가한 창원총국 박상현·조미령 기자 부부의 사진을 8일자 1면에, 파업 이유를 전하는 상자기사를 4면에 실었다.

KBS본부에 새로 가입하는 지역 조합원들도 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 조합원 16명이 9일 가입했고, 대전 지부는 파업 이후 조합원이 3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현재 지역 조합원 수는 1백60명 정도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