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복귀명령 불구 파업대오 '굳건'

KBS새노조 조합원 1천명 육박…엄경철위원장 "강도 높일 것"


   
 
  ▲ 새 노조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로 KBS 새노조 파업은 12일째를 맞았다.  
 

KBS 사측이 “불법파업을 중단하고 오전 9시까지 업무에 복귀하라”는 업무 복귀 2차 명령을 내린 12일에도 KBS새노조의 파업대오는 굳건했다.


또한 새 노조 가입한 조합원이 9백40명을 돌파했다. 파업 찬반투표 당시 8백40여명이던 조합원 수는 한 달여 만에 1백여명이 늘어났다.

이날 오후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이내규 부위원장이 “이날부로 새 노조 조합원이 9백40명이 됐고, 조만간 1천명 시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하자 집회장은 4백여 조합원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KBS 새 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파업이 12일째 접어들었다. 파업이 열흘을 넘긴 것은 1999년 방송법 파업 이후 11년 만이다. 새 노조는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파업의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엄경철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주가 승부처다. 파업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며 “방송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 모두를 파업에 참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이 12일 KBS 신관 계단에서 열린 파업 결의대회에서 연대사를 하고 있다.  
 
KBS 사측은 불법 파업 철회를 거듭 주장하며, 예능 프로그램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새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주말(10~11일) ‘1박2일’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 야구단’ 등에 외주 PD들을 고용해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또 징계와 인사상 불이익 등을 공공연하게 밝히며 파업 대오를 흔들고 있다.

새 노조는 합법적 파업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행위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조만간 법원에 대체 근로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앞서 예능 제작국 조합원들은 성명을 내어 “최초의 기획의도와 구성 방향성조차 알지 못하는 대체 인력이 편집한다는 건 프로그램의 제작과정 전체를 단지 ‘생산공정’으로 환치시키는 행위이며 창작자인 PD들을 그저 조직의 부속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지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1박2일’의 나영석 PD는 11일 방송을 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내규 부위원장은 “오늘 아침에 나 PD를 만나 ‘방송이 어땠냐’고 물으니 ‘방송을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얼마나 속이 상하고 답답했으면 (나 PD가) 자기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 새노조가 파업 행사의 하나로 준비한 선남선녀 짝짓기 이벤트 ‘사랑의 개념광장’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맞선을 앞두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회사 측이 항고한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결정에 대한 서울 고등법원의 판결이 이번 파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이 선고 기일이나 다음주 초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지난 3월 1심 선고에서 남부지법이 노조 손을 들어주자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했다. 일각에서는 사측이 항소심에서 패할 경우 새 노조 단협안을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새 노조가 파업을 끝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엄 위원장은 “독자적 공방위 설치, 전임자 등 구 노조가 사측과 맺고 있는 단협에 준하는 내용은 보장돼야 한다”며 “새 노조가 구 노조와 규모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일정 정도 타협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 새 노조가 파업 12일째 행사의 하나로 개최한 12일 ‘사랑의 개념 광장’ 이벤트는 눈길을 끌었다. ‘선남선녀’ 조합원 12명을 대상으로 최고 베스트 커플을 뽑는 이벤트로, 정세진 앵커, 박노원 아나운서 등이 참여했다.

처음엔 모두 “민망하다” “쪽팔리다”며 부끄러워했지만 정작 이벤트가 시작되자 춤과 노래 등을 선보이며 숨겨진 끼를 맘껏 발산해 조합원들을 즐겁게 했다.

앞서 열린 결의대회에서는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이 참석해 연대사를 했다. KBS PD로 3년간 근무했던 경력을 들며 KBS와 인연을 강조한 우 회장은 “1천여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KBS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투쟁 과정에서 엄경철 위원장이 해고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앞장서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 12일 오전 여의도 KBS 인근 한 카페에서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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