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보도, 이야기식 기사가 희망"

오마이뉴스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퓰리처상 수상한 셰리 핑크 기자 주제발표

“모바일시대 1만3천단어의 긴 기사가 읽힐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중략) 기사가 흥미롭다면 인터넷에서도 읽을 것입니다.”

온라인 매체로서는 처음으로 탐사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인터넷신문 ‘프로퍼블리카’의 셰리 핑크 기자가 한 말이다. 그는 8일 오후 오마이뉴스 주최로 개최된 ‘2010 세계시민기자포럼’ 1부에서 ‘심층보도와 모바일저널리즘’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앤드류 그루인 기자가 인터뷰 형식으로 함께 한 동영상(녹취)을 통해 포럼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5월 24일 2005년 미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을 심층 취재한 ‘메모리얼 병원에서의 치명적인 선택’이라는 기사로 2010년 탐사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셰리 핑크는 자신의 탐사보도를 소개하면서 “저는 이 기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갔다”며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게 한 것은 무엇이었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올리언스에서 일어난 일을 실감나게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느낌을 전하려다보니, 이 기사에 1만3천단어가 사용되었다. 파올로 펠레그린이라는 사진기자의 사진도 많이 쓰였다”며 “이 같은 이야기 형식의 기사가 모바일 장치를 뛰어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고 밝혔다.

셰리 핑크는 “제가 주목한 것은 많은 독자들이 웹에서도 기사를 읽는다는 사실”이라며 “이것은 기사가 흥미롭다면 인터넷에도 기사를 읽는다는 뜻으로 심층보도와 이야기식 저널리즘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도 희망이 준다”며 “긴 기사를 읽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셰리 핑크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이야기를 원한다”면서 “몇 천년 동안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지식을 공유하는 통로가 되어왔고 지금도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에도 이야기가 각광을 받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과 현장 취재를 위한 시간 지원 △기사를 소비 유통시킬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셰리 핑크는 우려와 걱정도 나타냈다. 그는 “사람들이 아주 짧은 글만 읽고 트위터를 쓰는 습관을 갖는다면, 또 모든 것이 하이퍼링크로 연결되는 지금 기사를 읽다가 링크를 클릭했더니 정신 사납게 계속 어딘가로 연결된다면,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긴 글에) 집중할 수 있을까”라며 “이야기를 원하는 인간의 본성이 바뀐다면,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두뇌가 이전 세대와 다르다면 여전히 심층적인 기사에 대한 관심이 높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심층보도에 대한 관심은 아직 여전한 걸로 보이며 새로운 플랫폼도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메모리얼 병원의 첫 보도는 전화 신호가 약한 그 병원에서 의사가 전화통화가 아닌 문자메시지로 제보를 하면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셰리 핑크는 또 “모바일 기술은 큰 사건이나 재난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매우 효과적”이라며 “모바일은 신속하고 다른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 매우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실제로 멕시코만의 기름유출 사태나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 등 여러 곳에서 사용됐다”고 밝혔다.

셰리 핑크는 “(모바일) 기술은 정보자원과 보도를 연결해주는 초기 단계에 있지만 사람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아주 뛰어난 방식”이라며 “기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우리도 지난 2년간 심층보도에 많은 활용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계시민기자포럼 2부 종합토론에서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오마이뉴스 강인규 해외통신원(팬실베니아 주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 시사IN 고재열 기자가 ‘소셜미디어와 심층보도’ 등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최 기자는 “국내에서 소셜미디어는 양적 성장을 이뤘고 질적으로도 일정부분 유지되고 있지만 저널리즘까지 정착되지는 않았다”면서 “조직적이지 못하며 단발적이고 당파·편파적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즈니스 모델도 갖고 있지 않아 앞으로 가능성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고 기자는 “제 경험에 비춰볼 때 블로그는 뉴스 생산의 민주화 모형이었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뉴스 유통의 민주화 모형이었다”라며 “유통이 훨씬 파워풀하고 영향력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속보나 단독이 인정받기보다 질적으로 깊이 있는 기사가 지속적으로 인정받는 구조다. 뉴스를 바로잡는 속도도 빠르다”면서 “10년 이후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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