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어디 사세요?-주거의 사회학'
제23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경향신문 최민영 기자
|
|
|
|
|
▲ 경향신문 최민영 기자 |
|
|
한국사회에서 정치, 사회, 경제문제를 농축해놓은 키워드로 ‘집’만한 게 없을 것이다. 2008년 총선결과를 갈랐고, 사는 주택형태와 지역이 사실상의 ‘호패’로 기능하며, 보통사람의 재산의 80%를 주택이 차지하면서 내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00년 이후에는 집값이 무섭게 뛰면서 주택보유자와 비보유자 간의 격차는 갈수록 커져 사회통합에도 역기능이 심각하다.
하지만 지금껏 국내 언론에서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이 부족했다. 부동산과 권력, 자본, 학계까지 결탁한 상황에서 단발성처럼 쏟아지는 부동산 정보는 평범한 주택 수요자들을 위한 정보이기보다는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정보일 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별기획 ‘어디 사세요? -주거의 사회학’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집’의 본연의 기능이 ‘정주’라는 점을 환기하고, 무주택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대출로 주택보유자가 된 이들의 고충을 헤아리면서 이처럼 ‘투전판이 된 주택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부해 19회에 걸쳐서 실었다. 팀장을 맡은 본인을 포함해 이주영, 김기범, 임아영 기자 네 명으로 팀이 구성됐고, 인턴기자 김설아, 황성호가 합류했다. 총괄책임은 김봉선 정치·국제 에디터가 담당했다.
철저한 현장취재로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을 고집한 넉 달의 시간이었다. 고생도 많았지만 보람이 더 컸다.
길음 뉴타운의 원주민 정착률을 알아보기 위해 길음 5구역의 등기부등본 1천통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토끼눈이 된 팀원들은 급기야 “‘등’자만 들어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덕분에 집주인 정착률도 22%밖에 되지 않는 뉴타운 사업의 변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은 입사 10년차 이주영 기자는 아파트 재개발로 동네가 보수화되는 현상을 ‘서울의 재구성’ 편에서 짚어냈고, 국토해양부 출입 경험을 살려 ‘토건세력의 그늘’을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포착했다. 팀의 ‘청일점’ 김기범 기자는 지방 건설사들의 투기적 행태와 시멘트 개발 등으로 망가지는 우리의 환경을 발로 뛰며 확인했다.
‘쇠도 씹어 먹는다’는 열혈 2년차 임아영 기자는 가재울 주민 50여 명을 몇 주에 걸쳐 전화인터뷰와 대면인터뷰로 확인한 작업과 남양주시 묵현리 취재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독일 도시계획에 관한 취재가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한 결항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이스탄불까지만 갈 수 있다면 버스나 배를 타서라도 독일로 가겠다”며 열의를 불태워 선배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이 시리즈는 게재되는 동안 주택·경제·건축 등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올가을에는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당초 목표와 달리 천안함 논란에 묻혀 지방선거에서 주택문제가 의제화되지 못했던 만큼 출판 이후에 좀더 많은 이들이 함께 우리의 주택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경향신문 최민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