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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새 노조 파업에서 조합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패 ‘박대기와 발바닥’. 그들의 노래와 율동은 파업 현장에서 조합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KBS 새 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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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왔다” “비조합원들 격려에 힘 솟아”‘눈사람 기자’로 유명한 박대기 기자는 KBS 새 노조 파업 현장에서 ‘스타’로 통한다. 노래패 ‘박대기와 발바닥’ 멤버인 박 기자는 집회 현장에서 연일 노래와 깜찍한 율동으로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그는 파업 이틀째인 지난 2일 “새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1일은 KBS에 들어온 이후 최고로 기분 좋은 날이었다. 좋은 방송, 공정한 방송, 사람들에게 좋은 내용을 전달하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기자들의 참여는 열성적이다. 보도국 사회부 사건팀 기자 20명 가운데 17명, 법조팀 7명 중 4명이 마이크를 내려놓고 파업에 합류했다. 취재 최일선에서 겪었던 자괴감, ‘싸워서 바꿔야 한다’는 분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파업 현장에서 만난 2년차 한 여기자는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취재 후 ‘방송에 나가기는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꼭 나갈 겁니다’라고 답했지만 자신은 없었어요. 그림이 안 좋다고 빼고, 인터뷰어가 편파적이라고 빼고….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죠.”
비판 기사에 대한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유·무형 압력과 파업에 대응하는 경영진의 태도에 실망한 기자들도 적지 않다. 10년차 한 기자는 “MB정부 핵심 정책인 ‘4대강’, ‘세종시’ 의제에 KBS가 비판을 떠나 검증이라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며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이 거세된 상태에 기자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15년차 중견기자는 “노조의 기본 권리인 임단협 체결에 응하지 않으면서 억지 주장만 하는 회사측 태도에 실망했다”며 “언론사가 악덕 기업이나 할만한 비상식적인 대응을 하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파업과 동시에 KBS 간판 예능 프로인 ‘해피선데이-1박2일’과 ‘천하무적 야구단’ 등이 방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 6·25특별기획 ‘전우’, 새 주말연속극 ‘결혼합시다’,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등도 PD들이 제작현장에서 철수하면서 CP들이 촬영을 대신하고 있다. 연예·드라마 PD들의 적극적 참여는 KBS 파업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입사 4년차 한 드라마 PD는 “경영진에 밉보이면 향후 기획까지 차단당할 수 있는데도 PD들이 나선 것은 그만큼 누적된 불만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드라마국 전체 PD 78명 중 62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KBS 드라마 PD들은 지난 2일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를 되살리고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총파업에 드라마국 조합원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드라마 제작업무를 중단할 것”이라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연일 강고한 파업 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3년차 시사교양 PD는 “입사 이래 이렇게 마음이 설레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고 자랑스럽다.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6년차 기자는 “비조합원들 격려에 힘이 새록새록 생긴다. 생각의 차이를 떠나 ‘제대로 된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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