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방송통제 곳곳 '균열'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구속영장 기각
KBS 관제방송화 새 노조 총파업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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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새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KBS 본사 조합원들이 지역 조합원들과 함께 1일 오후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 집결해 전국 조합원 총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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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밤 9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영등포경찰서를 나오는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과 신용우 노조 사무처장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4월5일부터 39일간 MBC 노조의 파업을 주도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9시간 가까이 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돼 있다 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이근행 위원장은 “정치권력이 언론인을 감옥에 가두고 구속해도 정신은 굴복시키지 못한다”며 “공영방송을 통제하려는 정치권력에 맞서 힘껏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 등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MBC 파업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은 시점에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검찰이 경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영장이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목적에 따라 결정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이미 해고된 이근행 위원장을 구속시켜 노조를 와해시키고 파업 중인 KBS 새 노조 조합원들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권력의 치졸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의 김인규 사장 취임 후 공정방송 사수를 요구하며 출범한 KBS 새 노조가 ‘임단협 쟁취, 조직개악 분쇄, 공영방송 사수’를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한 지 6일로 엿새째. KBS 사측이 사내 집회를 원천봉쇄하고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파업 대오는 되레 강고해지고 있다. 기자와 PD 등을 중심으로 4백여 명 조합원들이 나흘 연속 파업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새 노조 파업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공영방송 KBS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데 대한 구성원들의 반성과 함께 ‘파업을 해서라도 KBS를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KBS 한 PD는 “취재 나가면서 부끄러웠다. 때론 치욕적이었다”며 “입사 당시 자랑스러웠던 KBS가 추락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방송통제 시도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해고된 노조위원장을 구속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했던 검찰의 무리수는 법원에 의해 제지당했고, 언론특보 출신 사장을 통해 KBS를 관제 방송으로 만들려던 정권의 계획은 새 노조 파업에 흔들리고 있다. 대선캠프 출신의 구본홍 사장에 반대한 싸움으로 무더기 해고된 YTN 기자 6명은 1심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고 이달 말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을 내용적, 인적으로 통제하고 조·중·동 방송을 등장시켜 상업주의로 방송체제를 개편하려던 이명박 정부의 구상이 위기에 봉착했다”며 “KBS 새 노조 파업 등 언론인들의 민주적 저항과 조·중·동 방송의 원천인 수신료 인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권의 불능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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