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당일 조합원 열기 보고 승리 확신했다"
KBS 새 노조 파업 이끄는 엄경철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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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새노조 엄경철 노조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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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7개월 전 지난해 12월2일, KBS 구성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됐다.
그날 저녁, 문자로 부결 소식을 들은 엄경철 기자는 절망했다. 후배들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울분을 토했다. 참담함의 연쇄적인 분출은 새 노조 건설로 이어졌다.
1일부터 총파업 투쟁을 이끌고 있는 KBS 새 노조 엄경철 위원장은 “집단 지성과 집단 행동의 힘이 죽어 있는 KBS를 다시 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간 억눌림을 당했던 구성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상명하복의 억압, 자율성과 창의성이 무너지는 구조적 문제가 이번 파업으로 분출됐다”고 말했다.
새 노조 파업은 날이 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조합 집행부조차 그 열기에 깜짝 놀랄 정도다. KBS 사측이 5일 업무복귀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도 ‘이대로 두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는 조합원들의 굳건한 파업 대오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KBS 파업이 합법이라는 의견서를 내면서 경영진이 당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진이 강경 대응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새 노조와 단협을 맺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상식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단협을 통해 향후 공정방송 견인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조합원들을 보호하는 새 노조의 틀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새 노조 파업을 공영방송 KBS를 바로 세우는 싸움으로 바라보는 시민들의 인식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대국민 선전 홍보물 1만부가 하루 만에 소진됐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새 노조 파업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고 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파업 선전전을 계속할 예정이다.
파업으로 조합원들이 늘어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파업 전만해도 8백50여 명에 불과했던 조합원 수는 5일 현재 9백15명으로 늘었다. 곧 기술 쪽 조합원들이 새 노조에 가입할 예정이고 경영 쪽도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번 파업을 통해 내부 조직력이 강화되고 새 노조가 국민들에게 알려졌어요. 비조합원들도 새 노조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있고요. 이번 싸움에서 설령 패배해도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엄 위원장은 파업 전날 잠자리에서 뒤척였다. ‘몇 명이나 모일까’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힘들고 고민이 있을 때 시집을 읽는 버릇이 있다는 그는 시를 읽다가 잠이 들었다. “파업 당일 아침, 본관 계단을 가득 채운 조합원들의 열기에 감동했어요. 조합원들의 자기 확신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읽었죠. 어떤 탄압과 회유가 있더라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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