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벽보 한 장 안보인다

KBS 사내집회 불허…출입 봉쇄 등 과잉대응


   
 
  ▲ KBS 새 노조가 1일 오후 KBS 본관 계단에서 전국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KBS 안전관리팀 소속 청경들이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조합원들 앞에 서 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KBS 새 노조 총파업 이틀째인 2일 오전 10시30분 여의도 KBS 신관 계단에서 열릴 예정이던 ‘조합원 결의대회 및 노래배우기’가 장맛비로 취소됐다. 장소를 실내로 옮겨 총파업 일정을 이어가는 것이 맞지만 새 노조 집행부는 행사를 취소했다. 왜 그럴까.

새 노조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한 KBS가 집회를 위한 시설물 사용을 금지하면서 조합원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 내부에는 파업 현장에 흔히 나붙는 선전 문구나 대자보 등이 일체 보이지 않는다.

붙이는 족족 떼이기 때문이다. 본관 시청자광장 유리창과 지하 식당 벽면 등 곳곳에 종이를 뗀 자국이 덕지덕지 남아 있다. 새 노조 관계자는 “자보를 붙인 뒤 5분이 지나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어찌나 빠른지…”라며 혀를 내둘렀다.

1일 오후 전체 조합원 총회가 끝난 뒤 마무리 집회를 위해 본관 계단에서 인도를 따라 신관으로 이동한 조합원들이 신관 정문에서 막혔다. KBS 안전관리팀 소속 청원경찰 30여명이 일렬 횡렬로 늘어서 조합원들의 출입을 차단했다. 앞서 오전에 있었던 파업 출정식도 KBS가 본관 민주광장(시청자광장) 출입을 봉쇄하면서 본관 계단에서 열렸다.



   
 
  ▲ 1일 오후 본관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하려는 조합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청경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KBS는 사내 집회를 원천봉쇄했다. <전국언론노조 제공>  
 
KBS 홍보팀 관계자는 “노동법에 보장되지 않은 불법파업이므로 뉴스센터 등 주요 시설의 점거를 금지하기로 했다”며 “집회를 위한 공사 시설물 사용과 각종 회의장 등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를 결정함에 따라 합법적인 단체행동권을 확보했다고 새 노조는 밝히고 있다.

새 노조와 KBS 사측은 지난 4월부터 2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측 기준으로 139개 조항 가운데 절반이 넘는 72개 조항(노조 전임자,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자율교섭 인정)에 대해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 중노위 조정으로 단협 교섭을 8차례 개최했으나 타결에 실패했고 중노위는 최종적으로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새 노조 관계자는 “중노위 공익위원들이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단체행동권을 잘 활용해서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바란다’는 취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KBS 새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신관 계단에서 약식 집회를 가진 뒤 신촌, 명동, 서울역, 고속터미널 등에서 대국민 선전전을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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