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있는 KBS 다시 살리겠다"

새노조 총파업 열기 뜨거워…보도본부 기자들 대거 합류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총파업 첫날인 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계단에서 열린 '전국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KBS를 살리겠습니다' 손 펼침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낮의 뙤약볕도 KBS 새 노조의 ‘공정방송 사수’ 열기를 꺾지 못했다. KBS 새 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6백여명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계단 앞에서 ‘KBS를 살리겠습니다’ 손 펼침막을 흔들면서 총파업 시작을 알렸다.

이날 오후 2시부터 KBS본부 주최로 열린 ‘전국 조합원 총회’는 KBS 청원경찰 40여명이 조합원들을 앞뒤로 포위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전 총파업 출정식도 청경들이 집회 장소인 본관 민주광장을 원천봉쇄하면서 조합원들과 충돌이 빚어졌다. KBS는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참여하는 직원은 법과 사규를 엄중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새 노조 총파업은 1일 0시 보도본부 야간 당직 근무 중이던 조합원들이 업무를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보도본부의 경우 사회부와 경제부, 국제부 등 취재기자들이 파업에 대거 동참했다. 10년차 이하 기자들 대부분이 제작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라이어티쇼와 드라마 등을 담당하는 예능 PD들도 파업에 동참해 프로그램 제작이 상당 부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KBS 2TV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와 ‘천하무적 야구단’은 이번 주말부터 본방송이 결방되고 하이라이트로 대체된다.



   
 
 KBS본부 전국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 앞에 KBS 청원경찰들이 서 있다.


새 노조 조합원은 9백여명 가운데 기자와 PD는 각각 2백30여명, 5백20여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 등 지역 총국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한 이날 전국 조합원 총회에는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이명박 정부, 그 수족인 김인규 KBS 사장에게 경고한다”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짓밟고, 공영방송을 쓰레기통에 버리려는 김 사장의 잘못을 단죄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KBS는 사회 감시 임무를 방기하고 노조를 억압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정권의 나팔수가 되라고 국민들이 KBS에 임무를 준 적이 없다”며 “공영방송 KBS를 원래 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철 KBS본부 위원장은 “불편한 진실,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송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새 노조의 파업”이라고 말했다.

새 노조 파업은 임·단협 결렬이 표면적 원인이지만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 사장이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후 친정부 방송으로 전락한 KBS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반성에서 비롯됐다. 새 노조가 1일 파업 결의문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붕괴되고, 저널리즘 정신이 무너지는 KBS는 더 이상 국민의 방송이 아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총파업지지 성금도 답지하고 있다고 새 노조는 밝혔다. 지난달 30일 현재 비조합원들이 낸 파업투쟁 기금이 1천만원을 돌파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엄경철 위원장은 1일 열린 전국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은 죽어가는 KBS를 살리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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