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가 국익 도움 판단"

한겨레 '전작권 엠바고' 왜 깼나

기자단 “정상회담 의제는 관행적 엠바고”…한겨레·경향 기자 징계

조선일보는 25일 1면 머리기사로 “한-미 정상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연기를 협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김성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한 발언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내·외신 정례 브리핑을 인용, 보도했다. 조선의 전작권 보도는 한겨레와 경향이 23일 각각 1면 머리기사로 “26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연기 문제가 공식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그 이틀간 청와대 중앙기자실에는 이상기류가 흘렀다. 23일 징계위원회가 두 차례 있었고, 24일 중앙기자단 총회가 열렸다. 총회 안건은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유예)를 깬 한겨레와 경향신문 기자에 대한 징계 여부였다. 투표 결과 39명 중 26명 찬성(반대 11명, 무효 1명)으로 두 기자에 대한 징계가 결정됐다. 징계 수위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취재가 끝난 뒤 확정하기로 했다.

청와대 기자단 내부 문제에 그칠 수 있었던 전작권 엠바고 문제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한겨레신문이 엠바고를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한겨레가 25일자 신문에 이 수석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하자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보도자료를 내 재반박하면서 공론화됐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한-미 양국 정상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정보를 들은 것은 지난 22일. 기자들은 곧바로 국방부를 통해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 수석은 이날 오후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가 논의될 예정인데, 이를 엠바고로 해달라”고 출입기자 간사단에 요청했다.

이후 간사단은 “엠바고 요청이 있으니 각 언론사별로 데스크에게 보고하고 수용 여부를 알려 달라”고 출입기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간사단의 고지가 있은 지 얼마 안돼 이 수석이 기자실에 찾아와 “엠바고가 성립됐으니 지켜달라. 외교안보수석이 24~25일쯤 백그라운 브리핑을 할 텐데 그때 가서 기사화해도 되는지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엠바고 성립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한겨레 출입기자는 회사와 논의 끝에 수용 거부 의사를 기자단에 전달했다. 경향신문도 “한겨레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엠바고가 깨진 것”이라며 기사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사 출입기자들의 엠바고 수용 거부 입장은 상당수 기자들에게 알려졌다. 한 방송사 기자는 “한-미 정상의 전작권 전환 논의 예정 사실을 전하면서 청와대가 엠바고를 요청했고, 한겨레와 경향은 이를 거부했다”고 보고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예고한대로 23일자에 한국과 미국 정상이 전작권 전환 시점을 연기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대다수 신문과 방송은 23일과 24일 전작권 문제에 침묵하다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후 관련 소식을 다뤘다. 한겨레는 25일자 기사를 통해 “전작권 문제는 국민 의견이 갈려 있는 만큼 공론화되어야 하며 그러려면 관련 내용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충실한 보도가 필요하다”며 “공론의 장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더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로 한겨레와 경향신문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징계를 받게 됐다. 중앙기자단 간사인 추승호 연합뉴스 기자는 “정상회담 의제는 관행적으로 엠바고가 성립되는 사안이며, 기자단 규약에도 ‘대통령 해외 출장 보도는 청와대가 요청한 시점부터 보도한다’고 적시돼 있다”며 “기자단 투표를 통해 징계를 결정했고 징계 수위는 대통령 순방 이후 확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