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속도전 '급제동'

야당추천 이사들 "사회적 합의가 우선"
이사회 심의 수신료 국면 새로운 계기


   
 
  ▲ 이창현 KBS 이사가 21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KBS 이사 4명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전국언론노조 제공)  
 
KBS가 국민적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야당추천 이사 4명의 입장 발표가 여진을 일으켰다. 표결 처리를 만지작거리던 여당추천 이사들은 충분한 논의기간을 가져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KBS의 무리한 수신료 인상 추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KBS가 수신료 인상안의 정기이사회 상정을 이틀 앞둔 21일, 김영호·진홍순·고영신·이창현 이사 등 KBS 야당추천 이사 4명이 이례적으로 ‘국민적 저항’이란 표현을 쓰며 수신료 강행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창현 이사는 “프로그램의 공정성 확보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회나 국민적 합의 도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추천 황근 이사는 22일 본보와 통화에서 “이사회는 집행부가 올린 수신료 인상안을 접수한 뒤 본격적으로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공청회도 개최하는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다. 최소 한 달 이상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방송법은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수신료 인상안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의 첫 관문인 이사회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KBS는 선택의 여지가 좁아지게 됐다. 수신료 인상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애초 KBS는 이달 중 이사회 심의·의결을 받고 7월 중 방통위를 거쳐 이르면 9월 국회 승인을 목표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다.

KBS는 현행 2천5백원인 수신료를 ‘광고 20%+수신료 4천6백원’, ‘광고 0%+수신료 6천5백원’으로 올리는 복수 인상안을 이사회에 제시한 상태다. 이 인상안은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 황 근 이사는 “이사회가 자체 적정 금액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규 KBS 사장도 4천원을 마지노선으로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톤컨설팅이 수신료 인상액 산정을 위해 지난 2월8~19일에 걸쳐 전국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일대 일 개별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KBS가 약속한 공적책무를 이행할 경우 수신료 지불의향은 3천5백원 정도로 나타났다. 또 KBS의 공익적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가 55.3%로 ‘현 수준 유지’(40.7%)보다 높게 나왔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KBS가 약속한 공적책무’를 전제로 현재보다 1천원 인상된 금액을 적정 금액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KBS의 공익적 역할을 현재 수준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2009년 KBS 경영평가단 보고서처럼 KBS 보도와 프로그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징후는 뚜렷하다.

KBS가 외부조사기관에 의뢰한 뉴스 프로그램 평가에서 KBS 간판뉴스인 ‘뉴스9’의 품질평가지수는 신뢰도·공정성·영향력 등 평가항목 10개 모두 MBC ‘뉴스데스크’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KBS 한 기자는 “공정한 보도를 해도 올리기 어려운 것이 수신료인데 전체적으로 공영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KBS가 수신료를 인상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고 말했다.

윤준호 KBS 수신료정책기획부장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며 “KBS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가 논의를 시작한 만큼 이사회 의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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