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내게시글 삭제 '시끌시끌'
김범수 PD 글 하루만에 사라져…"언로까지 막나" 비판 목소리
|
|
|
|
|
▲ KBS가 PD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적 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시켰다. ‘추적 60분’ 사무실에 이관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손팻말이 보인다.(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
|
|
KBS 한 PD가 시사 프로그램 ‘추적60분’의 보도본부 이관에 항의하며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KBS가 일방적으로 삭제해 물의를 빚고 있다.
22일 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엄경철)에 따르면 김범수 PD는 21일 새벽 사내게시판에 ‘입사 3년차 추적 피디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일선 PD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적 60분’이 보도본부로 이관된 데 개탄하며 김인규 사장을 비판했다.
김 PD는 먼저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을 결정한 보스톤 컨설팅(BCG) 보고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현 경영진에게 BCG는 절대반지다. BCG만 끌어다 붙이면 뭐든 다 된다. 정말 BCG는 ‘추적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을까요. BCG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으니 저는 자꾸 의심이 듭니다”라고 했다.
김 PD는 또 “회사 경영진 중에 PD를, PD 저널리즘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김인규 특보사장”이라며 “그는 이른바 ‘피디 300명설’, ‘‘추적60분’ 불행의 시작론’ 등으로 PD와 PD 저널리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사장의 장남이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딸과 결혼한 사실을 적시하며 “재벌의 사돈이자 유력 정치인의 사돈이 될 줄 알면서 KBS 사장에 응모했다”며 “김 사장은 ‘공영방송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KBS의 대전제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김 PD는 조대현 부사장과 길환영 KBS콘텐츠 본부장 등 PD 선배들의 처신도 비판했다. 조 부사장에 대해 “PD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던 조대현 선배는 팀장에서 본부장으로, 본부장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계신다”고 했고, 길 본부장에 대해 “‘시사제작국장은 PD가 맡는다’, ‘PD 개인의사에 반하는 발령은 없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길 본부장의 약속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PD의 글은 조회수가 1천5백여 건에 달하는 등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22일 오전 게시판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김 PD가 소속된 보도본부 시사제작국의 요청에 담당 부서인 홍보실이 사내게시판에 노출되지 않도록 김 PD의 글에 대한 보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김 PD의 글이 공사 임원들에 대한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며 삭제를 요구해와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엄경철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공영방송 KBS 내부에서조차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KBS본부는 사내 민주주의가 무참히 짓밟히는 것을 두고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