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징계 광풍 "사장 연임 노림수"
'MB맨' 김 사장, 청와대 업고 강경 드라이브
화해 기대 물거품…노조 "큰집과 징계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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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여의도 MBC 사옥 1층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이 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노조원들 옆으로 출근하고 있다.(MBC 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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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총파업 관련자 징계 명단을 발표하기 며칠 전부터 MBC 사내에서는 KBS 정보보고에 올라왔다는 해고자 명단이 나돌았다. 이 명단에는 이근행 노조위원장과 오행운 PD가 포함돼 있었고 두 사람은 실제로 4일 해고 처분을 받았다.
사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징계 내용이 외부에서 먼저 흘러나오면서 일각에서는 김재철 사장이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쳐 징계를 단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김 사장이 철저하게 입단속을 했던 내용이 어떻게 청와대와 국정원, KBS 정보보고를 통해 흘러나올 수 있었겠느냐”며 “김 사장이 징계 범위와 수위를 놓고 청와대와 조율했다는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MBC 역사상 최대 규모 징계지난달 24~25일 인사위원회를 열었던 MBC가 김재철 사장의 재심 요구를 핑계로 6·2지방선거 이틀 뒤인 4일에 징계 처분을 내린 것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MBC 구성원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가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김 사장이 청와대와 교감을 거쳐 징계 처분 결정을 미뤘다는 관측이다.
해고 2명을 포함해 41명이 징계를 받은 이번 징계는 MBC 역사상 최대 규모다. 1992년 52일 파업 때는 노조 집행부 15명이 징계대상에 오른 뒤 9명만 징계를 받았고, 1996년 파업 때는 노조위원장만 해고된 뒤 1년 후 복직이 이뤄진 바 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이번 징계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이다. 한꺼번에 2명이 해고됐고, 노조 집행부도 아닌 일반 조합원이 해고됐으며, 41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MBC 차장급 한 기자는 “경영진이 회사를 걱정했다면 이런 무자비한 징계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파업이 끝났지만 김재철 사장에 대한 사내 여론은 싸늘하다. 잦은 말 바꾸기와 돌출 행보로 그에 대한 불신은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상당수 구성원들은 김 사장과 우연히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고 한다. 이런 기류를 모를 리가 없기에 김 사장이 징계 국면에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사내에 없지 않았다.
“사장 연임 후 정계 진출 노려”하지만 사상 초유의 징계가 나오면서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화해보다는 노조를 무력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MBC가 최근 19개 지역 계열사 사장단에 이메일을 보내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하는 단체협상의 개정’을 주문하고, 지역 노조위원장 정직 2개월, 부위원장과 사무국장에 감봉 조치를 내리라고 양형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김재철 사장의 강경 드라이브엔 MBC 사장 연임 노림수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사장의 임기는 사퇴한 엄기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다. 김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큰집’의 재신임이 필수적이다. 정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김 사장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 광풍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MBC 한 기자는 “김 사장이 민심이 안 좋은 사천에서 출마하는 것보다 사장 연임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에 잘 보이게 처신해 연임에 성공한 뒤 나중에 정치권 진입을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11일 예정된 재심을 주시하고 있다. 노조는 7일 대의원 대회를 갖고 재심에서 해고가 확정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해 나가기로 결의했다.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MBC 기자회 등 직능단체들도 재심에서 해고자가 나올 경우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총파업 재개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업 동력을 모으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파업에 돌입해도 월드컵에 묻혀 ‘그들만의 파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근행 위원장도 개인문제로 총파업을 재개하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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