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민심 읽지 못했다

한나라당 압승 예상 결과 무참히 깨져
집전화 위주…젊은 유권자 반영 못해

6·2 지방선거에서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많은 한계와 과제를 남겼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냉엄한 비판이 일고 있다.

신문과 방송들은 지난달 중순 잇달아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조선 중앙 동아의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11.9~22.8%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방송3사의 공동조사에서 16%포인트 차로 집계됐다. 하지만 선거 당일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서는 0.2%포인트 차로 초경합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개표 결과 0.6%포인트에 불과했다.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경남과 충청권 등도 비슷한 양상이 빚어졌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10% 이상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던 한나라당 후보들이 상대후보에게 역전패 당하거나 근소한 차로 이기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공개 당시부터 의구심이 제기됐다. 같은 기간 조사를 벌였는데도 언론사별로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면접조사방식을 택한 보수신문과 방송은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측했고 자동응답방식(ARS)을 택한 한겨레, CBS, 아시아경제 등은 한나라당 후보가 앞서더라도 그 차이가 5~10%포인트로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강자나 다수파가 택하는 것을 추종해 결정하는’ 밴드왜건효과(Bandwagon Effect)나 ‘약자에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독효과(Underdog Effect)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론들의 사전 여론조사가 크게 빗나간 결과가 나온 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여론조사 자체의 문제다. 현재 여론조사는 집전화 응답자를 모집단으로 택하고 있다. 낮시간 동안 집전화 위주로 통화를 하다 보니, 20·30대 젊은 유권자와 투표율이 높은 40대 장년층의 표심이 반영되기 힘들다.

조사를 하는 언론사의 정치적 입장도 여론조사에 영향을 준다. 해당 언론사와 자신의 견해가 다르면 답변을 꺼리거나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의 내심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추정 모집단 중 실제 투표자를 가려내기 힘들다”며 “여론조사 기관이 달라도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비슷한 대상자를 놓고 조사를 벌이는 데다가 응답률도 낮아 정확한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북풍’과 ‘노풍’으로 대변되는 여론몰이도 여론조사 예측을 어렵게 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냉정하게 비교·대조해 투표를 하기보다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경향을 강화시켰다. 밴드왜건·언더독 효과가 반영될 소지가 커진 셈이다.

선거 막판 정권 심판론이 부각됐지만 선거법상 일주일 전에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직전의 표심을 알기도 어려웠다. 선거 직전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기념행사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김제동쇼’에서 하차한 것과 4대강에 반대하며 소신공양한 문수스님 등 일련의 사건은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끈 동력이 됐다. 하지만 이는 사전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여론조사가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샘플 선정방법 등 보완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 여론조사기관과 토론회 등을 통해서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신문의 주요 면이나 방송의 주요 시간대에 여론조사를 발표하는 국내 언론들의 선거보도 태도도 지양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는 선거보도 때마다 지적돼 온 사항이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신문사 한 기자는 “한 인터넷신문 보도에서 국내 언론들이 여론조사 관련 기사만 지난 5개월간 1만5천여건을 쏟아낸 것으로 드러났다”며 “언론의 신뢰와도 직결되는 만큼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여론조사에 몰입하기보다는 정책 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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