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의 MBC 사장 내정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전날 까지만해도 MBC 내부에서는 고진 목포MBC 사장의 사장 선임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또 사장 선임을 앞두고 나돌기 마련인 하마평에도 김 대표의 이름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실제 김 대표 자신도 MBC 사장 후보로 추천된 사실을 당일 오전에야 전해 들었고, 내정이 결정된 후에도 수락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언론계 인사들과 거취 문제를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방송사 사장에 영향력을 끼쳐온 정부에서는 오히려 고진 목포MBC 사장 쪽을 내심 바랐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김 대표의 내정은 방문진의 반란으로까지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 김용운 방문진 이사장만해도 20일 MBC 노조와의 면담에서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에 대해 “아무리 이름이 있어도 검증되지 않은 사람은 어렵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3일 이사회에서 임성기 방문진 이사가 갑작스럽게 자진 사퇴하고 김 대표를 추천하면서 논의가 급반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진 목포MBC 사장의 경우 MBC 노조가 20일 ‘주총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모 지방사 사장 등은 우리가 제시한 기준에서 볼 때 MBC 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이같은 인물이 정치권 줄대기로 사장에 선임될 경우 ‘주총 무효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어 선임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해석이다.
한편으론 내년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MBC 사장 인사에 어떤 방식으로든 정권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일부 제기됐다. 사전 교감 없이 갑작스럽게 추천이 되고 과반수 이상의 표를 확보할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은 여러 정황을 볼 때 크게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대표의 내정에 대해 내부에서는 ‘의외의 인사’라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언론계에서 신망 받는 인사라는 점에서 MBC의 공영성 제고와 독립성 확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10여년 동안 자사 출신 사장이 선임된 전례를 깨고 외부에서 사장이 영입된 것과 관련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또 김 대표가 오랫동안 신문사와 언론계에서 활동해 왔지만 방송에 대한 경험은 전무한상황이어서 방송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MBC 노조는 “노성대 사장의 자진 사퇴는 현 경영진에게도 큰 책임이 있는 만큼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경영진에 대한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방문진은 “신임 사장 내정자의 의중을 존중해 본사 임원진과 지방사 사장단에 대한 진용을 갖추고 26일 주총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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