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사의 표명
노조 퇴진압력 의식한 듯...후임에 고진씨 유력
무능경영을 이유로 노조의 퇴진 압력을 받아온 MBC 노성대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15일 저녁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하고 전격 자진 사퇴해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사장은 16일 사내 통신망에 올린 ‘MBC를 떠나며’라는 글을 통해 “격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회사가 지향해온 종합미디어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과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며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이로써 80년 해직기자 출신으로 MBC 사장에 취임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노 사장의 경영 실험은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됐다.
한편 16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한 방문진은 절차상의 문제를 삼아 노사장의 사표를 반려하는 것으로 공식 입장을 모았다. 방문진을 통해 선임된 사장이 방문진과의 사전 협의 없이 노조(위원장 박영춘)의 퇴진요구를 받고 전격 사임의사를 밝힌 것은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문진의 사표 반려에도 불구하고 노 사장이 이미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어서 번복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6일로 예정된 MBC 주주총회에서 후임사장이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 후임 사장으로는 고진 목포MBC 사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99년 3월 취임한 노 사장이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전격 자진 사퇴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무능 경영을 이유로 노조가 올해 들어 퇴진 압력을 강도 높게 제기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중간 간부들이 포함된 회사발전위원회까지 지난해말 최종보고서를 통해 “노 사장의 경영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사퇴 결정을 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으론 방송사 사장 선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정치권에서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같이 사내 장악력이 떨어진 노 사장을 교체하는 게 낫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않다.
이에 앞서 노조(위원장 박영춘)는 ‘집중해부-노성대 사장의 MBC 2년 평가’ 1, 2, 3을 연이어 노보에 게재하고 ▷방송법 제정 과정에서 노 사장이 정권에 굴복해 MBC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게 될 공적기여금(매년 세전이익의 15%) 강제징수에 합의했으며 ▷인사권 사유화로 정실·즉흥인사를남발했다고소개하는 등 노 사장 재임 2년간의 실책과 에피소드 등을 공개하며 노 사장을 압박해 왔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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