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함께한 12년 '너는 내 운명'

[시선집중 이 사람] 부산일보 김호일 문화부 선임기자


   
 
   
 
제63회 프랑스 칸국제영화제가 한창이다. 한국에서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 여주인공인 전도연씨의 재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창동 감독의 ‘시’도 경쟁부문에 진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실감하며 기사를 송고하고 있는 기자가 있다. 부산일보 김호일 문화부 선임기자다.

김 기자는 1999년 3월 정치부 국회반장에서 문화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영화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6백20만명을 동원,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서막이 열리던 때였다. “그때부터 영화 담당만 12년째 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의 중흥기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12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물으니 칸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했을 당시, 임 감독을 새벽 4시 취중 인터뷰했던 일을 떠올렸다. 임 감독이 폐막식과 파티 이후 기자들 숙소에 가장 늦게 들렀던 것. 그를 기다린 기자들은 특종 아닌 특종을 쓸 수 있었다.

외국 여배우와의 만남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2000년 김성수 감독의 영화 ‘무사’를 촬영할 때 지금은 세계적인 배우가 된 장쯔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 교류를 하고 있는데 얼마 전 내한했을 때 시사회 직후 저를 찾았다고 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죠.”

김 기자의 영화에 대한 애정은 현장을 넘어, 실제 개선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지난해 2월27일 한국영화기자협회(이하 영기협)를 발족시키고 초대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영기협은 신문·방송·통신 31개의 영화 담당 기자 60여 명으로 결성된 조직이다. 그는 지난해 ‘제1회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을 개최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전주에서 ‘3D영화와 한국영화의 미래’라는 주제로 한·미·일 국제 세미나도 가졌다.

김 기자는 “할리우드에서는 오스카상에 앞서 외신기자들이 수여하는 ‘골든글러브상’이 있는데 이를 롤모델로 했다”며 “또 각종 세미나와 간담회를 통해서 새로운 기자모임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안성기, 박중훈씨가 추진하는 영화 굿다운로드 캠페인에 후원단체로 참여하는 등 ‘순수하게’ 영화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이들의 모임으로 키워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12년 영화 담당 기자의 삶을 책으로도 펴냈다. 5년의 준비 끝에 지난해 7월 낸 ‘아시아영화의 허브 부산국제영화제’가 그것. 최근에는 ‘신문화지리지’의 공동저술자로도 참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책은 제 12년 치 취재노트죠. 아시아 정상 영화제로 우뚝 서기까지 기여한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다. 둘 다 부산 출신으로 10년 넘게 연을 이어온 공통점이 있다. 쉬는 게 어색하다는 그는 최근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준비 중이다.

김 기자는 영화 전문기자가 많이 양성돼야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칸영화제에서는 10회 이상 참석한 기자에게 화이트 배지를, 3번 이상 온 기자에게 핑크, 처음 온 기자에게 블루 배지를 준다”며 “우리 기자들 중 흰색은 없다. 영화 담당 기자들의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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