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심은하 재산' 기사 베껴

블로거 기사와 일맥상통…사진도 무단도용


   
 
  ▲ 스포츠조선은 14일 오전 ‘지상욱 재산공개, 아내 심은하 17억원 화제’라는 기사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블로거 노태운 씨가 만든 ‘지상욱 후보자 재산신고’ 내역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 노씨가 빨간펜으로 그은 밑줄이 보인다. <노태운씨 제공>  
 
한 블로거가 쓴 톱스타 심은하 씨 재산 관련 기사를 스포츠조선, 조선닷컴 등 인터넷매체들이 무단으로 베낀 정황이 드러났다.

전 중앙일보 기자인 노태운 씨는 13일 밤 9시35께 자신의 블로그 ‘노태운 기자의 ‘발가는대로’에 ‘왕년의 톱스타 심은하 재산 공개됐네’라는 제목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자유선진당 지상욱 후보와 심은하 씨의 재산을 공개했다.

노씨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후보 등록시 병역, 납세, 재산실적 등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다는 사실에 착안,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지상욱 후보의 재산 내역 등 관련 자료를 찾아 이를 분석한 뒤 기사를 썼다.

노씨는 기사에서 “지상욱 후보가 공개한 재산내역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심은하씨 명의의 예금”이라며 “심은하씨는 예금 16억8천200만원, 보험 5천158만원 등 17억원이 넘는 예금이 있다”고 밝혔다.

노씨는 또 "심씨가 2억원짜리 골프회원권을 가지고 있으며, 심씨 명의로 5억600만원의 경기도 분당 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고, 이 건물을 빌려주고 받은 임대보증금이 5건(가액 3억7500만원)이 있다"고 밝혔다.



   
 
  ▲ 스포츠조선은 노씨의 항의를 받고 사진을 내리면서 기사 하단에 당구장 표시로 ‘상기 기사에 게재됐던 사진 중 한장은 블로거 노태운 기자의 발가는대로에서 캡쳐한 관계로 삭제했습니다’고 덧붙였다.  
 
심은하 씨 재산이 17억원에 이른다는 뉴스는 14일 오전 들어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서 초기화면에 올랐다. 이들 기사는 ‘스포츠조선’ ‘조선닷컴’ ‘스포츠동아’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매체의 이름으로 돼 있었다.

스포츠조선이 이날 아침 8시40분 자사 홈페이지에 ‘지상욱 재산공개, 아내 심은하 예금만 17억원 화제’ 기사를 노출한 뒤 다른 매체들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경쟁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노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대부분 베낀 것이다. 특히 스포츠조선은 노씨가 만든 ‘지상욱 후보자 재산 신고내역’ 사진도 무단으로 캡쳐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조선은 노씨가 자료에서 특색 있는 곳에 그은 ‘빨간색 밑줄’을 그대로 노출했다.

노씨는 “기사를 쓴 해당 기자와 스포츠조선 ‘T-뉴스’ 팀장에게 항의를 했다”며 “처음 독자적으로 취재했다고 주장하던 스포츠조선은 내가 그은 ‘빨간색 밑줄’ 증거를 내놓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은 기사에 게재했던 노씨의 그림파일을 내렸고, 기사 말미에 당구장 표시로 ‘상기 기사에 게재됐던 사진 중 한장은 블로거 노태운 기자의 발가는대로에서 캡쳐한 관계로 삭제했습니다’고 밝혔다.

스포츠조선 해당 기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노씨의 블로그 내용이 재미 있어서 선관위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기사를 썼다”며 “블로거에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고 그림 캡처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사과했고, 인터넷에서도 내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태운 씨는 “잘 나간다고 하는 신문 등 매체가 인터넷 히팅수를 높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쓰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내 기사가 그렇게 이용돼 씁쓸하다”고 말했다.

노씨는 매일경제와 중앙일보 등에서 20여년 간 기자로 일하다가 지난해 말 명예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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