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중단을 놓고 집행부가 사퇴하는 등 진통을 거듭한 MBC 노조가 13일 파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지난달 5일 엄기영 전 사장 사퇴 당시 인사 파문의 진원지였던 황희만 부사장 임명에 반발, 파업에 돌입한 지 39일 만이다.
MBC 노조는 이날 파업중단 여부에 대한 투표를 벌여 표결 참가자(639명)의 과반이 파업 중단에 찬성, 14일 오전 9시부로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10일 노조 비대위가 ‘파업 일시 중단, 현장 투쟁 전환’ 방침을 정한 뒤 나흘 연속 진행된 파업중단 논란은 이번 표결로 종지부를 찍게 됐다.
노조는 개표가 끝난 뒤 부문별 간담회와 전체 조합원 총회를 연달아 갖고 파업중단에 따른 향후 투쟁 방향과 새 집행부 구성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사퇴를 선언한 노조 집행부도 19개 지역MBC노조 위원장들과 회의를 갖고 사태 수습에 나선다.
노조원들이 파업중단을 선택한 것은 집행부 사퇴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파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조 집행부는 사퇴라는 초강수를 통해 파업중단 결정을 관철시킨 셈이 됐다.
그동안 2000년 이후 입사한 젊은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파업중단 방침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얻은 것 없이 중단하면 회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파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
그런 불만이 지난 10일부터 4일간 조합원 총회라는 전대미문의 일로 이어졌고, 집행부는 그런 흐름을 제어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사퇴 번복과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깨진 그릇에 물을 담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집행부 사퇴로 지도부가 공백상태인 노조는 보도, 편성제작, 영상미술, 기술, 경영 등 직능 부문별 부위원장 5명이 임시 비대위를 꾸려 운영하기로 했다. 노조가 파업을 철회함에 따라 MBC 사측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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