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 벼랑 끝에 서다
연차·직종·지역 초월해 "사장 퇴진"…유엔특별보고관 MBC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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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6일 MBC를 방문해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 이근행 MBC노조위원장 등과 만나 MBC 파업사태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전국언론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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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김재철 MBC 사장이 처한 작금의 상황에 어울리는 고사성어다. 7일로 파업 33일째, 김 사장은 노조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조 집행부 13명을 형사고소하고 18명에게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강경 대응을 통해 노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사내 여론은 갈수록 불리해지고 있다. 31년차 최고참 논설위원을 필두로 일부 국장·부장급 간부들이 그에게 등을 돌렸다. 기자 2백52명과 PD 2백61명이 연명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기술부문 사원들도 연명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지역 기자와 PD들도 김재철 사장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연차를 가리지 않고 직종에 관계없이, 서울과 지역을 막론하고 김 사장에 대한 불신임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탈할 줄 알았던 노조원들은 더 응집력을 보이고 있다. 연보흠 MBC 노조 홍보국장은 “창사 이래 거의 모든 MBC 구성원들이 사장 퇴진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도 MBC 파업 사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프랭크 라 뤼(Frank La Rye)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방한 첫 날인 6일 MBC를 찾은 것은 유엔 차원에서 MBC 파업 등 한국 언론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 뤼 특별보고관은 이날 MBC 파업에 대해 이근행 노조위원장의 설명을 들은 뒤 “언론의 다양성, 다원성은 표현의 자유, 언론 자유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공영방송은 정부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독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PD수첩’팀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소송에 대해 “정부 관료는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어떤 종류의 견해나 비판을 모두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 정책에 관한) 특정보도가 명예훼손이란 이유로 형사상의 고소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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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PD협회가 4일 MBC 지하식당에서 MBC PD협회 긴급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PD협회는 협회 회원 346명 중 보직자, 장기 휴직자 등을 제외한 292명 가운데 261명의 연명으로 김재철, 황희만 퇴진을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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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의 형사 고소 이후 경찰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MBC 노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차 소환일이었던 지난 6일 노조 집행부가 출석하지 않자 10일까지 출두하라고 2차 소환장을 보냈다.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 건은 14일 심문을 거쳐 인용 여부와 액수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조합이 출근을 저지하거나 자신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사내외에 유인물을 뿌리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1회당 노조에 2천만원, 노조 간부 18명에게 1인당 2백만원을 물리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 남부지법에 냈다.
김 사장은 노조에 대해 강경 대응을 하면서 일반 노조원에 대해선 ‘무노동 무임금’으로 압박하고 있다. 5일치가 빠진 4월 급여를 받은 노조원들은 급여일인 20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5월 임금을 한 푼도 못 받는다.
공영방송이 한 달 넘도록 파업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눈엣가시가 같았던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신경민 선임기자가 최근 MBC 노조와 인터뷰에서 “이번 파업은 정권과의 정면승부, 진검승부를 한다는 점에서 어렵다”는 말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MBC 한 기자는 “청와대 입장에선 공권력을 투입할 경우 지방선거에 악재가 되고, 정상화되면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 등이 나올 것이기에 MBC를 방치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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